화장품 사업 재정비에 나선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스위스 화장품 브랜드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했다. 코로나19 위기를 인수합병(M&A) 기회로 삼았다. 제조에서 손을 떼고 브랜딩에 더 집중해 글로벌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14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스위스 퍼펙션 지분 100%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기업이 해외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를 품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진국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인지도 확보에도 성공했다.
신세계인터는 정확한 인수금액은 밝히지 않았지만, 자본총계 5% 이하인 경우 공시의무가 없다는 점에 미뤄볼 때 300억원 미만으로 사들인 셈이다. 최근 지분 전량을 매각한 제조 합작법인 인터코스 매각대금 172억원과, 1분기 몽클레르신세계 지분 43.3%를 정리하며 확보한 211억원을 더해 자금 출혈 없이 스위스 퍼펙션을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화장품 사업을 직접 챙겨온 정유경 신세계 백화점부문 총괄사장은 코로나 위기를 사업 포트폴리오 고도화와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기회로 삼았다. 성과가 미비했던 제조업은 과감히 접고 브랜드에 투자하겠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스위스 퍼펙션은 세럼과 크림 제품의 가격이 50만~100만원대에 달하는 명품 스킨케어 브랜드다. 전 제품을 스위스에서 생산하며 유럽·아시아·중동 등 20여개 국가에 제품을 공급한다. 신세계인터는 이번 인수를 통해 스위스 퍼펙션의 핵심 원료인 '셀룰라 액티브 아이리사' 제조의 원천 기술도 확보했다.
신세계인터는 스위스 퍼펙션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우선 기업간거래(B2B) 중심으로 운영해 온 스위스 퍼펙션의 판로를 국내 주요 백화점과 면세점으로 확대한다. 현재 신세계센텀시티점 매장과 SSG닷컴에서만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또 3년 내 중국에도 진출해 퀀텀점프를 노린다. 특히 중국은 저가 화장품보다 럭셔리 화장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2년 60억원에 사들인 비디비치가 중국 시장 연착륙에 힘입어 연매출 2000억원대 브랜드로 성장한 것처럼, 스위스 컬렉션도 럭셔리 시장에서 메가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계산이다.
무엇보다 스위스 퍼펙션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비디비치와 연작 등 자체 브랜드의 해외 진출 기반도 마련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비디비치, 연작, 스위스 퍼펙션으로 이어지는 화장품 사업 포트폴리오는 고속 성장하고 있는 럭셔리 스킨케어 시장 공략에 최적화됐다”면서 “유통망 확대와 신제품 개발을 통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신세계인터의 화장품 사업도 탄력을 받았다. 2012년 19억원에 불과했던 화장품 매출은 지난해 3680억원까지 치솟았다. 비디비치와 연작의 고성장세를 바탕으로 해외 브랜드의 독점 판매권도 꾸준히 확보한 덕분이다.
이번 스위스 퍼펙션의 인수로 새로운 성장 동력도 마련했다. 중화권에 집중됐던 해외사업 영토를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으로 넓히면서 글로벌 뷰티 기업으로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됐다. 화장품 사업은 브랜드 M&A를 통해 사업을 전개하기로 방향을 정한 만큼 향후 1~2건의 추가 인수도 이뤄질 전망이다.
이길한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스메틱부문 대표는 “스위스 퍼펙션 인수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글로벌 뷰티 명가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국내외 브랜드 인수를 적극 검토하는 등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