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코로나19 불황 넘은 수입차…신차효과로 '승승장구'

올 상반기 코로나19가 우리 경제를 위협했지만, 수입차 시장만은 예외였다. 다양한 신차를 무기로 내수 침체를 뚫고 13만대에 육박하는 수입차가 새롭게 출고됐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 수입차 판매는 12만892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6.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 증가세 8.8%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코로나19로 내수 경기가 크게 위축된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 성장세다.

메르세데스-벤츠 용산 전시장. (전자신문 DB)
메르세데스-벤츠 용산 전시장. (전자신문 DB)

수입차 시장 성장은 신차 효과 덕분이다. 상반기 국내에 출시된 신차 27종(부분변경 모델 포함) 가운데 19종이 수입차였다. 브랜드별로 아우디 5종, 메르세데스-벤츠 4종, BMW 4종, 포르쉐 2종, 링컨 2종, 폭스바겐 1종, 랜드로버 1종을 출시했다.

브랜드별 상반기 판매 실적을 보면 벤츠가 3만6494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했고, BMW는 2만5443대로 42.1% 늘었다. 아우디는 1만97대로 293.8%, 폭스바겐은 7409대로 316.5% 급증하며 수입차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

테슬라는 7079대를 기록하며 한국 진출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전기차만 판매하는 브랜드임에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기존 브랜드 틈새를 파고 들었다.

볼보와 MINI, 포르쉐는 수입차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볼보는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어난 6523대를 판매했고, MINI는 24.3% 증가한 5480대를 기록했다. 포르쉐는 72.9% 급증한 4440대로 고가 수입차 시장을 견인했다. 지프는 11.7% 감소한 4213대, 포드는 5.2% 줄어든 3681대에 그쳤지만, 여전히 10위권 브랜드를 유지했다.

토요타 서초 전시장 전경.
토요타 서초 전시장 전경.

다만 지난해부터 계속된 일본 제품 불매 운동 여파로 일본차 브랜드는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닛산의 한국 시장 철수라는 충격적 결과도 발표됐다.

렉서스와 토요타는 판매가 반 토막 났다. 렉서스는 3597대로 57.0%, 토요타는 2813대로 55.7% 감소했다. 혼다는 74.4% 감소한 1457대, 인피니티는 71.6% 줄어든 324대에 그쳤다. 닛산은 재고떨이 효과로 5.3% 줄어든 1866대를 기록했다.

향후 한국 철수를 결정한 닛산, 인피니티 빈자리를 누가 가져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두 브랜드는 2018년 7000대, 지난해 5000대가량을 국내 시장에 판매했다.

각 브랜드는 코로나19로 미뤄졌던 신차를 하반기 쏟아내면서 시장 성장을 가속할 전망이다. 하반기에만 경쟁력 있는 30여종이 출시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차급은 벤츠와 BMW의 E세그먼드 세단 경쟁이다. E클래스와 5시리즈 신형 모델이 격돌하면서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대결이 예상된다.

중위권 브랜드 신차 투입도 볼거리다. 상반기 성공적 데뷔전을 치른 폭스바겐은 제타와 티록을 나란히 출시한다. 신흥 강자 볼보는 S90과 V90 크로스컨트리 신형 모델을 투입한다.

SUV 공세도 계속된다. 지프는 픽업트럭 신차 글래디에이터, 랜드로버는 정통 오프로더 신차 디펜더를 내놓는다. 푸조 e-208과 e-2008 SUV, DS 3 크로스백 전기차, 포르쉐 타이칸 등 수입 전기차들의 활약도 기대를 모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다양한 신차가 소비자 선택 폭을 확대하며 브랜드 간 판촉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