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친환경 냉난방시스템 가운데 하나인 수열에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부산에 새롭게 조성 중인 스마트시티에 수열에너지를 공급, 친환경 에너지시티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또 강원도 춘천시에는 수열에너지 클러스터를 세운다. 한국수자원공사 청주권지사에 설치된 수열에너지시스템 현장을 찾아 수열에너지 원리와 가능성을 살펴봤다.
한국수자원공사 청주권지사 중앙조정실 내부는 수십대 모니터와 서버가 비치돼 상당한 열을 내뿜을 만했지만 영상 18도를 유지하며 서늘함마저 느낄 정도였다. 바깥 수은주는 30도를 훌쩍 넘긴 것과 대조된다. 조종실 외부에는 에어컨 실외기 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이처럼 560㎡(180평) 규모 중앙조정실 내부가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바로 수열에너지 덕택이다.
청주권지사 수열에너지시스템은 2009년 만들어졌다. 사업비 8700만원이 투입됐다.
금강 하구에 위치한 대청댐에서 흘러나온 물 관로를 냉방에 활용하는 것이다. 해당 지사는 대청댐에서 청주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정수시설인 만큼 관로가 풍부한 것이 수열에너지 시설 구축에 장점으로 작용했다. 직경 80㎝ 관로에는 대청댐에서 흘러나온 차가운 물이 매일 땅 밑을 지난다. 겨울에는 대기보다 따뜻하고 여름에는 대기보다 시원한 물의 속성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 온도차로 냉난방
수열에너지 원리는 우리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에어컨과 유사하다. 에어컨은 압축기(펌프)와 두 개의 열교환기로 이뤄져 있다. 열교환기의 한쪽은 응축기, 다른 한쪽은 증발기로 쓰이지만 구조는 같다. 냉방할 때 실내기 안의 '증발기'에서 냉매는 증발하면서 대기 중 기화열을 흡수해 찬바람을 내보내 실내의 온도를 낮춘다. 기체가 된 냉매는 펌프의 힘에 의해 '응축기'로 옮겨져 실내에서 빼앗은 열을 방출하고 다시 액체가 된다. 이렇게 단순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냉방이 유지된다. 수열에너지는 공기 대신 물을 이용하는 것이 다른 점이다.
청주권지사 수열에너지는 대청댐원수를 열교환기로 보내면 수온차히트펌프를 거쳐 시스템에어컨 실내기로 찬바람이 나오는 식이다. 청주권지사는 수열에너지 시스템으로 연간 3만7000㎾h 전력을 절감한다.
김영준 수자원공사 수열에너지사업부장은 “청주권지사의 수열에너지 원리는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용하는 것과 동일하다”며 “규모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123층 롯데월드타워도 수열 냉난방
현재 기준 수열에너지를 적용된 규모가 가장 큰 사례는 롯데월드타워다. 123층 롯데월드타워냉방의 10%를 수열에너지가 책임진다.
2014년 수자원공사가 롯데물산과 공동으로 롯데월드타워에 수도권 광역상수도를 활용한 수열에너지 공급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해당지역 주변에 흐르는 수도권 광역상수도 원수 5만㎥를 활용했다. 수자원공사는 3000냉동톤(RT) 용량 냉난방용으로 수열원을 공급한다. 청주권 지사의 100배 규모다.
동일 용량 기존 에어컨인 흡수식냉온수기 대비 총 에너지 사용량의 약 36%, CO₂ 배출량 38%가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대형건물의 경우 냉각탑을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1000㎡ 이상 건물에서 사용하는 흡수식 냉온수기를 사용할 경우 뿜어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냉각탑이 필요했다. 하지만 수열에너지를 활용하면 냉각탑이 필요 없다. 롯데월드타워의 경우 수열에너지 적용으로 냉각탑 6기를 제거했다. 이를 통해 600㎡ 면적 절감, 66톤 건물 하중 감축 효과를 봤다. 냉각탑 제거는 소음과 진동을 제거해 주변에 환경 피해를 그만큼 덜 주고 해당 면적은 녹지화할 수 있다. 냉각 과정이 없어 레지오넬라균 감염 방지효과 등도 있다. 롯데월드타워는 냉각탑 제거로 냉각수 관리비 등 약 1억9000만원 상당 유지관리비도 절감했다. 특히 화석연료를 사용할 때보다 약 20~50% 비용 절감과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효과를 얻는다. 도심 열섬현상 저감 효과도 줄 수 있어 미래 대체에너지로서 기능이 기대된다.
수열에너지 활용처는 앞으로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수자원공사는 강원도 수열에너지 융·복합 클러스터 조성사업 등 공공건물, 국책사업, 민간의 에너지 다소비 건물 등을 대상으로 수요처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장은 “광역상수도 내 원수를 활용한 수열에너지는 사회기반시설로 투자된 관로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적은 비용으로 대규모 수열에너지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 자원은 도시 인근지역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비고갈성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냉난방에서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중요한 자원”이라며 “수자원공사는 공공건물 등을 중심으로 수열에너지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수열에너지와 대형건물 흡수식 냉온수기 성과 비교
청주=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