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의료기기는 어디까지나 의사의 진단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인데 이세돌과 알파고 대결처럼 사람 의사와 AI 의사의 대결 구도를 만들면 의료진 입장에서는 부담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AI 의료기기에 대한 이해의 틀이 바뀌어야 많은 확산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한국형 인공지능(AI) 의사 '닥터앤서' 개발을 이끄는 김종재 한국데이터중심의료사업단(K-DaSH) 단장은 “의사와 소프트웨어 대결 프레임은 흥행성을 높이는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AI가 적용되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5년 존슨앤존슨이 출시한 수면유도 마취 로봇인 '세더시스'가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높은 성능에 마취비용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효용을 갖췄다. 그럼에도 마취 전문의들의 집단 저항에 직면해 1년 만에 시장에서 철수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김 단장은 의사가 상대적으로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나 희귀 질환을 진단하며 확신을 갖기 어려울 때 진단을 도와주는 AI가 보다 확률이 높은 결과를 제시한다면 의료진의 만족도도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단순 판독에 쓰는 시간을 줄이는데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동안 사람이 정성적으로 판단하던 분야에서 수치화되고 정량적인 결과를 제시한다면 환자 입장에서도 진단 정확성과 치료 적절성이 확대된다. 지역간 의료격차 해소에도 AI 솔루션이 도움을 줄 수 있다.
김 단장은 “각종 글로벌 경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에서 보듯 국내 의료 AI 솔루션 업체 경쟁력이나 기술 수준은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서 대등하거나 그 이상이라고 본다”면서 “오히려 알고리즘 개발에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 활용 규제나 사회적인 인식 등 기업들이 활발하게 R&D를 진행하는데 필요한 환경적인 요인이나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AI를 활용한 판독이나 진단에 건강보험 수가가 적용되지 않아 병원이 비용을 지불하면서 도입할 유인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출이 발생하더라도 실제 AI 솔루션을 사용해보니 진단 효율성을 높여 환자 진료 시간을 줄이고 오류를 줄여 이익이 된다는 경험을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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