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내년부터 아이폰 전 모델에 '터치일체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한다. 터치일체형 OLED 양산이 세계 디스플레이업계의 주요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2021년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규격으로 터치일체형 OLED를 주문했다. 애플은 내년 신형 아이폰에 사용할 패널을 모두 터치일체형으로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터치일체형은 터치 기능이 내장된 OLED를 뜻한다. 기존 터치 입력은 패널에 터치센서 필름을 부착하는 방식으로 구현됐다.
반면에 터치일체형은 별도의 필름을 사용하지 않고 패널 내부에 터치센서를 넣는다. 기술적으로는 OLED 패널 속 박막봉지(TFE) 위에 터치센서 기능을 부여한다. 특히 터치일체형은 별도의 필름을 사용하지 않아 디스플레이를 얇게 만들 수 있고,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애플은 그동안 터치필름 방식을 고수해 왔다. 2007년 첫 아이폰 출시 때부터 최근까지 터치필름을 적용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략을 일부 바꿨다. 올 가을에 출시하는 아이폰12(가칭)에 처음 터치일체형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아이폰12에 적용될 △5.4인치 △6.1인치 △6.7인치 패널 가운데 5.4인치와 6.7인치 패널이 터치일체형으로 만들어진다. 이 터치일체형 OLED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와이옥타(Y-OCTA)'라고 불리는 터치일체형 OLED 기술을 개발, 2017년 삼성 갤럭시노트7에 최초 탑재한 후 공급을 확대해 왔다. 아이폰12용 6.1인치 패널에는 터치필름이 올라간다. 이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함께 납품한다.
애플은 터치일체형 OLED가 시장에서 검증되고 가격경쟁력도 우수한 것으로 확인되자 올해 부분 적용에 이어 내년부터 전면 도입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애플의 기술 전환에 따른 디스플레이업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스마트폰을 연간 2억대 만드는 부품업계 '빅 바이어'다. 또 세계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이끌어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향후 터치일체형 OLED를 누가 경쟁력 있게 양산·공급하느냐에 따라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애플에 아이폰용 OLED를 공급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터치일체형 OLED 양산 경험이 많아 내년 아이폰 패널 공급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짙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중소형 OLED 생산 라인인 파주 E6에 터치일체형 OLED 생산을 위한 장비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애플 공급을 겨냥한 대비로 풀이된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도 애플 공급을 시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OE는 중국 쓰촨성 몐양에 위치한 B11 공장에서 터치일체형 OLED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BOE는 아직 애플의 품질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터치필름 타입 OLED도 납품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터치일체형 OLED 양산은 BOE에 또 다른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짙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가 중요한 시기로 보인다. 터치일체형 OLED를 성공적으로 양산하면 BOE를 따돌려 애플 내 입지를 확대할 수 있다. 그러나 양산에 난항을 겪고 BOE가 애플 공급에 성공하면 부담스런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LG디스플레이는 그룹사인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 애플이나 화웨이 등 굵직한 스마트폰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해야 숨통이 트이는 실정이다. LG디스플레이가 BOE 추격을 따돌리고 애플 공급을 확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