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침체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돈을 푼대요.” 단순히 정부 지원금이라고 여기는 기업의 어려움도 이해하지만 이번 정책은 그 이상이다.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은 디지털뉴딜·그린뉴딜·안전망강화의 3개 분야에 오는 2025년까지 160조원을 투입해 19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고, 디지털 중심의 신경제 체제로 전환해 일석이조를 노리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 있다. 특히 세계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우리나라 초고속인터넷망과 5세대(5G) 이동통신 기반의 디지털뉴딜은 코로나19가 가져온 사회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데이터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댐 건설과 데이터 가공 사업은 유난히 기대가 크다. 디지털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1933년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실시한 뉴딜정책 이상의 성공으로 부강한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기를 바란다. 지금 투입되는 모든 자금은 그들이 갚아야 할 빚이기 때문이다.
미국 뉴딜정책의 대표 사업은 역시 1936년에 완공된 후버댐 건설이다. 저수량 320억㎥인 댐의 규모도 경이롭지만 안정된 수자원 공급과 발전 사업으로 캘리포니아 농업을 견인하고 사막지대에 라스베이거스와 같은 도시 건설을 주도한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뉴딜이 씨를 뿌리고 댐을 건설한 대가가 100이라면 이를 기반으로 일궈진 경제 효과는 1만 이상이다. 일자리와 경제 변혁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은 결과다.
데이터댐 구축으로 빅데이터·클라우드·인공지능(AI)·소프트웨어(SW) 산업을 활성화하려는 정부의 시도는 환영한다. 그러나 정책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 수요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활용되지 못하는 데이터는 사이버 쓰레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디지털뉴딜 정책이 섬세하고 구체화돼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부상한 온라인교육, 영상회의, 비대면 의료, 재택근무 등과 연계된 콘텐츠와 차별화한 서비스 개발이 답이다. 줌(ZOOM)과 엡엑스(WebEx)로 대변되는 영상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데이터 중심으로 구체화 및 차별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미 그들이 시장을 독식했다고 일부는 주장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 2000년대 초반에 모바일폰 시장의 50%를 점유한 노키아 운용체계(OS) 심비안이 3%도 못 미치던 안드로이드에 밀려난 예를 기억해야 한다.
세계가 언택트 산업에 도전하고 있어 치열한 글로벌 경쟁은 불 보듯 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시간과 비용이 요구되는 5G와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구축에 성공했다. 다소 늦었지만 SW와 AI 인재 양성도 추진했다. 비록 SW 시장 지배력이 2% 정도로 왜소하고 AI 수준도 최고는 아니지만 디지털뉴딜로 적극 지원하면 해볼 만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데이터·SW·AI 통신을 활용한 역학조사와 마스크앱, 폐진단 등이 이를 증명했다. 단지 공공데이터를 집적하면 민간 기업이 사용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는 곤란하다. 정부가 원하는 190만개 일자리는 달성되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사이버 쓰레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원은 정부가 하지만 민간이 사업을 주도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이다. 돈 먹는 하마인 대기업 중심의 뉴딜은 지양하고 창의력 있는 중소 전문기업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데이터 활용과 관련된 규제 완화도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번 한국판 디지털 뉴딜 사업의 성공으로 카카오, 네이버와 같은 유니콘 출현을 기대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