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나올 때 사세요"···여름에 웃은 보일러 업계

"보조금 나올 때 사세요"···여름에 웃은 보일러 업계

겨울을 앞두고 많이 팔고 여름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보일러 업계가 올 2분기에는 모처럼 웃었다. 정부 지원이 한꺼번에 몰리며 적게는 5%, 많게는 15%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4월 콘덴싱 보일러 설치 의무화에 정부 보조금이 지원됐고, 재난지원금까지 더해지며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보일러보다 20만원가량 비싼 제품이어서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20일 증권가 추정 실적에 따르면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린나이코리아, 대성쎌틱에너시스 등 보일러 업체 2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지원이 시작된 4월 이후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경동나비엔이 전년대비 18%로 가장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귀뚜라미 15%, 린나이코리아 5%로 일제히 판매량이 증가했다. 보일러는 봄부터 판매량이 줄어 여름이 가장 비수기이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 판매량이 증가하는 연중 사이클을 보인다.

보일러 업계 관계자는 “보일러는 반드시 전문가 설치가 필요해 (코로나19가 시작된) 1분기에는 판매 자체가 쉽지 않았다”면서 “여름을 앞둔 2분기 판매량이 증가한 것은 특이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환경부는 대기관리권역법을 4월 3일 시행하면서 강원과 제주 및 일부 농촌지역을 제외한 전국에서 1종 인증을 받은 콘덴싱 보일러 설치를 의무화했다. 신규 및 교체 시 콘덴싱 보일러를 설치하도록 하고 20만원(저소득층 50만원)을 지원했다. 콘덴싱 보일러는 일반 제품보다 20만원 이상 비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관련 재난지원금으로 보일러 구매가 가능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17일 기준 '가정용 저녹스 보일러 설치 지원사업' 설치대수는 13만9000대를 넘었다. 석 달 보름여만에 14만 대 가까운 실적을 올린 것이다. 작년 한 해 친환경보일러 보급 실적이 5만7000여대에 그친 것과 비교해 빠른 속도다.

정부 지원 예산은 총 35만대분이어서 판매 속도에 따라 조기 소진될 수 있다. 예산이 소진되면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 특히 콘덴싱 보일러 지원금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6대 4 비율로 지원하는 구조여서, 지자체 예산이 떨어지면 지원금을 받을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9월부터 보일러 성수기가 시작되면 빠르게 지원금이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수기가 오기 전인 여름에 보일러를 설치하거나 교체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보조금 나올 때 사세요"···여름에 웃은 보일러 업계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용어설명>콘덴싱보일러

물을 데우고 난 배기가스를 그대로 배출하지 않고 한 번 더 물을 데우는 데 사용하는 보일러를 말한다. 일반 보일러보다 효율이 뛰어나 친환경보일러로 각광받는다. 기체가 액체로 응축되는 과정을 과학용어로 콘덴싱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응축수가 배출되는데, 이 때문에 배수로가 없는 건물에서는 콘덴싱 보일러를 사용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