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카카오 등 대형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금융업 진출을 두고 특혜 시비가 일자 금융 당국이 진화에 나섰다. 그동안 은행 등 전통 금융권은 빅테크 기업이 규제 회피를 하며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며 역차별을 주장해 왔다. 금융 당국은 빅테크 기업, 금융사 등 3자가 한자리에서 논의하는 협의체를 신설한다.
21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권, 빅테크, 핀테크 대표업체 수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은 위원장은 빅테크에 “상호주의 아래 공정한 경쟁에 나서면서 기존 금융법 체계에서 축적돼 온 규제와 제도를 수용해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빅테크와 핀테크는 금융 보안과 소비자 보호를 항상 유념하고, 비금융 업무와의 이해 상충 방지에도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금융사에도 쓴소리를 했다. 은 위원장은 “금융 산업의 핵심 플레이어로서의 자신감을 가지고 급변하는 디지털 금융 환경에서 금융 혁신과 소비자 편익 증대를 위한 최적의 전략이 무엇일지 다시 한 번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날 빅테크와 금융사는 다소 견해차를 보였다.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는 “빅테크가 보유한 빅데이터에 기반을 둔 고도화된 신용평가시스템은 소상공인과 사회초년생 등에 대한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금융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면서 “다양한 데이터에 기반을 둔 빅테크가 금융 분야 '디지털뉴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금융사는 업권이 아닌 기능 중심의 금융 감독을 당국에 요구했다.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 소장은 “금융 감독을 지금의 '업권'이 아닌 결제·수신·여신 등 '기능' 중심으로 전환하고, 디지털금융의 핵심이자 경쟁력인 데이터에 대한 차별 없는 접근과 활용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등에서 발생 가능한 리스크와 관련된 규율 체계 및 책임 소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금융시장에서는 네이버통장·페이 사업자의 소액후불결제 허용, 마이데이터 사업과 관련해 정보 격차인 '기울어진 운동장' 논란이 일었다. 기존 금융사는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 라이선스 없이 금융업을 하면서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금융 당국의 육성정책이 핀테크 업체만을 향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위는 이번 간담회를 계기로 정부·유관기관·전문가와 기존 금융권, 빅테크, 핀테크가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3분기 중에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 협의체에서는 구체적인 사례나 제도에 기반을 두고 규제 혁신과 규제 차익 해소를 다룰 예정이다. 디지털 신기술에 따른 플랫폼 영업, 시스템 리스크, 소비자 보호, 금융 보안 등도 함께 살펴볼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금융위는 빅테크 금융 산업 진출과 관련해 이달 안에 '디지털 금융 종합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태영 현대카드 대표, 정중호 하나금융연구소장, 한동환 KB국민은행 부행장, 조영서 신한DS 부사장 등 기존 금융권과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김태훈 레이니스트 대표 등 빅테크 및 핀테크 대표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했다. 학계에선 정순섭 서울대 로스쿨 교수, 정준혁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이보미 금융연구원 박사가 나왔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