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인피니티 '年 7000대' 시장 누가 가져가나

한국닛산이 공식 철수 발표 이후 딜러사와 함께 마지막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에 나서면서 남은 재고 물량을 대부분 소진했다. 국내 영업 종료가 가시화되면서 닛산과 인피니티 시장을 누가 가져갈지에도 업계 관심이 쏠린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닛산 주요 딜러사들이 전시장 문을 닫는 등 속속 영업 종료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일부 딜러사는 전시장에 이어 서비스센터 운영권을 포기하는 사례도 나왔다. 한국닛산은 올 연말까지 정상 영업을 계속한다고 밝혔으나, 영업 종료는 시장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닛산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형 알티마.
닛산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신형 알티마.

한국닛산은 닛산과 인피니티 두 브랜드를 통해 일본 불매운동 이전 꾸준히 연간 7000대 이상을 판매해왔다. 2018년 기준 닛산은 5000여대, 인피니티는 2100여대가 신규 등록됐다. 불매운동 이후인 지난해에는 닛산 3000여대, 인피니티 2000여대 등 총 5000여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닛산과 인피니티는 같은 일본 브랜드인 렉서스(1만2000여대), 토요타(1만여대), 혼다(8700여대)보다 판매가 적었으나, 수입차 전체를 놓고 보면 닛산·인피니티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판매 규모다.

공식 수입사를 통해 국내에 들여오는 30여개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7000대 이상을 판매하는 브랜드는 지난해 기준 11개에 불과하다. 포드(6200여대)나 푸조(3500여대), 캐딜락(1800여대) 등은 닛산·인피니티보다 판매 규모가 작다.

수입차 딜러 A씨는 “닛산·인피니티 주요 소비층이 일본이나 유럽 중저가 수입차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기존 닛산·인피니티 구매자들은 국산차와 차별화를 추구하면서 합리적 가격에 고품질 수입차를 원하는 소비층이 많았다”고 말했다.

인피니티가 지난해 상반기 선보인 QX50.
인피니티가 지난해 상반기 선보인 QX50.

수혜 효과가 예상되는 브랜드는 평균 가격대가 비슷한 토요타·렉서스·혼다 등 일본계와 볼보·MINI·폭스바겐·푸조 등 유럽계, 지프·포드 등 미국계가 꼽힌다. 일본 불매운동 지속으로 일본보다는 유럽, 미국 브랜드 선호도가 더 높아질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유럽과 미국 수입차 브랜드는 일본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지난해 하반기부터 판매 상승세를 타고 있다.

다른 수입차 딜러 B씨는 기존 닛산·인피니티 고객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 이동하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소비자 특성상 차량 교체 시 동급 이상으로 바꾸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등 국산차 업계도 일부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년간 국산차의 디자인과 성능, 품질 등 제품 경쟁력 자체가 일본차를 뛰어넘을 정도로 크게 향상된 영향이다.

국산차 딜러 C씨는 “국산차도 수입차에 대응할 차종이 충분해졌고, 품질 등에 대한 소비자 인식도 많이 개선됐다”면서 “최근 수입차를 타다 국산 고급차로 차량을 바꾸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