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 연기된 옵티머스자산운용의 2401억원 규모 펀드뿐 아니라 옵티머스가 보유한 나머지 2750억원 규모 펀드도 환매 연기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옵티머스의 전체 펀드를 다른 기존 운용사로 이관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환매 연기된 24개 옵티머스 펀드 외에 나머지 22개 펀드가 환매 연기된 펀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자산으로 구성돼 있어 만기가 도래하면 환매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23일 발표했다.
옵티머스가 보유한 펀드는 총 46개, 5235억원(2020년 7월 1일 평가액 기준, 설정원본 5151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24개 펀드(2401억원)가 현재 환매 연기됐다.
금감원은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고 검찰과 공조해 초기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투자제안서와 다른 자산을 편입하는 부정거래행위를 발견했고 펀드자금 횡령, 검사업무 방해 등의 혐의가 있다고 봤다. 검사 중 긴급조치명령을 발동해 현재 금융당국이 선임한 관리인이 펀드와 고유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옵티머스는 공공기관이 발주를 확정한 매출채권에 직·간접 투자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자금을 끌어모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환매 중단된 24개 펀드뿐 아니라 전체 46개 펀드 편입 자산의 98%를 비상장기업 사모사채에 투자한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사모사채는 씨피엔에스(2052억원), 아트리파라다이스(2031억원), 라피크(402억원), 대부디케이에이엠씨(279억원) 등이 발행한 것이다. 이들 4개사는 펀드자금을 본인 명의로 각종 자산에 직접 투자하거나 다른 관련 법인에 자금을 이체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금은 약 60개 투자처, 3000억원 내외 수준이나 옵티머스가 제출한 자료로 금액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크고 권리 관계가 불투명한 사안이 다수여서 회수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자산실사 등으로 확인이 필요하며 투자자 혼란 여지가 있어 아직 구체적 투자처는 밝히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검사 과정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은 PC를 교체하고 외부에 PC와 각종 서류를 은폐했다. 현장검사 중 임직원이 모두 퇴사했다. 현재 감독당국이 선임한 금감원 3명, 예보 2명, 판매사 3명 등 총 8명이 펀드와 고유재산을 관리하고 있다.
금감원은 판매사인 NH투자증권과 사무관리사 예탁결제원, 수탁사인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현장검사를 실시했다.
설정원본의 84%인 4327억원 규모를 판매한 NH투자증권에 대해서는 원금손실이 없다고 오인할 표현을 사용했는지 등을 24일까지 검사한다. 검사를 종료한 예탁관리원과 하나은행에 대해서는 추후 검토를 거쳐 제재절차와 법규위반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투자재산을 회수하기 위해 다른 기존 운용사로 펀드 이관을 추진하고 자산실사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날 금융투자협회는 나재철 협회장과 자산운용사 의장단 등 운용사, 펀드판매사, PBS, 사무관리사와 펀드평가사 대표 등 펀드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사모펀드 자정노력과 신뢰 회복을 위한 각오를 표명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사모펀드 내부통제와 준법감시 기능을 스스로 점검하는 등 투자자와 펀드재산 보호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운용 과정에서 관련 금융기관 간 상호견제 강화방안을 고민하는 등 운용 투명성과 신뢰성을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번 일을 계기로 업계는 불합리한 업무 관행을 돌아보고 사모펀드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 순기능을 극대화하겠다”며 사모펀드 순기능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