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6개월을 맞은 가운데 이달 전력 공급예비율이 작년 대비 13.7%포인트(P)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달 기온이 예년보다 낮고, 산업용 전력수요도 떨어지면서 공급예비율이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전력 수요부진 장기화로 수익 악화를 우려했다.
23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공급예비율은 43.8%로 지난해 같은 기간(30.1%)에 비해 13.7%P 증가했다. 같은 기간 최대전력 증가율도 평균 -6.3%를 기록했다. 지난 8일과 9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마이너스 증가율을 이어갔다.
통상 여름철에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공급예비율이 높아졌고 최대전력 또한 평균적으로 부족하다.
올해 상반기로는 지난 2월을 제외하고 공급예비율이 매월 지난해보다 높았다. 지난달에는 일일 평균 공급예비율이 38.6%로 작년 동기(35.4%) 대비 3.1%P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다시 공급예비율이 작년 대비 10%P 이상 벌어지면서 공급능력과 전력수요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
실제 일일 최대전력 수요도 전년 대비 부진했다. 이달 20일까지 일일 평균 최대전력은 6792만킬로와트(㎾)로 지난해 7267만㎾보다 475만㎾ 적다.
지난해 대비 시원한 날씨에 코로나19로 인한 전력수요 부진까지 겹쳐 이달에도 전력 공급예비율이 적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 잦은 비로 인해 지난해보다 일조시간이 줄고, 평균기온도 낮아진 경향이 반영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7월 1일에서 20일까지 일조시간은 98.9시간으로 지난해 동기 155.7시간보다 56.8시간 적다. 같은 기간 평균기온은 24.1℃로 지난해 25.4℃보다 1.3℃ 낮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전력수요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전력수요가 없으니까 전력공급을 안 해도 되는 상태”라면서 “전력수요가 IMF 시절보다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결정적으로는 산업용 전력수요가 작년 대비 계속 부족하면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전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지난 5월 산업용 전력판매량은 전년 대비 9.9% 감소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11%)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 같은 추세는 이달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2.8% 하락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폭이 10.9%로 줄었지만 이달 들어 다시 확대됐다.
에너지 업계는 장기간 전력수요 부진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최신 발전설비를 가동하지 못하는 등 발전사 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떨어지면 값싼 발전만 먼저 가동되고 액화천연가스(LNG) 같은 비싼 발전은 가동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발전사 수익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표>2020년 1~7월 전력수급 실적 (단위: %, 만kW)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