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사 배송시 패널티"까지…언택트 소비에 배달업계 라이더 유치 전쟁

"타사 배송시 패널티"까지…언택트 소비에 배달업계 라이더 유치 전쟁

비대면 소비 증가와 빠른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배달대행업계에 라이더 확보 전쟁이 벌어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업계 1위 생각대로는 신생 '쿠팡이츠'로 유출되는 배달기사 단속에 나섰다. 쿠팡이츠 활동을 겸하는 배달기사에게 업무 조건을 불편하게 편성하거나 아예 중지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생각대로는 최근 배달기사 대상으로 '쿠* 등 타 배달대행을 겸업하기 위한 결근, 상습적인 잠수, 업무수행도 저하, 관재 오프(off) 등 행위를 엄격하게 금지하며, 해당 행위 발각 시 불시에 업무 패널티를 적용하겠다'고 공지했다.

활동 업체 선택이 자유로운 배달기사에게 사실상 '부가업무 지시'를 내릴 정도로 라이더가 귀한 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패널티는 오더 노출 시간차, 출근비 징수, 추가콜비 및 인접거리 오더 미노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된다.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타사 배달대행 활동이 의심될 시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해 배달기사 업무를 제한하거나 수익 창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조치는 최근 생각대로 활동 기사 가운데 쿠팡이츠 활동을 겸하는 이른바 '생각대로팡' 기사가 늘면서 생각대로가 자체 물량 소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기 때문이다. 배달기사는 통상 정규직 신분은 아니지만 특정 업체의 지사 소속으로, 자사 프로그램 망에 올라온 배송 물량을 우선으로 소화한다. 예상 배달 주문량에 맞춰 각 지사가 출근 일정을 짜고, 배달기사는 해당 일정에 맞춘다.

반대로 쿠팡이츠는 전업 기사가 아니라 누구라도 자격을 갖추고 등록하면 배송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활동 일정을 본인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배달대행 지사처럼 배달기사 공급을 조정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기사 부족 시 배달 단가를 올리는 방식으로 기사를 유치한다. 특히 우천 등 기상 악화 상황에는 통상 1개월 건당 1만~1만2000원 이상으로 단가가 올라간다. 통상 배달 단가가 2500~3000원 수준인 것을 고려하면 4~5배 수준에 이른다.

이 때문에 예상 수입이 높은 날에는 본 소속 플랫폼 대신 쿠팡이츠에서 활동하다가 프로모션이 없으면 다시 생각대로로 복귀하는 '생각대로팡'들이 서울 강남 지역 중심으로 대거 등장했다. 쿠팡이츠 입장에서는 주문 수행 능력이 뛰어난 기사가 유입돼 정체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생각대로는 기사 수급이 어려운 날씨에 쿠팡이츠로의 유출이 더해져 이중고를 겪게 된다.

기사 유출과 부족은 모든 배달대행 업체가 겪는 문제다. 기존 사업자 이외에 대형마트, 편의점, 온라인 전문몰까지 배송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의 'B마트'를 시작으로 나우픽과 허니비즈는 마트 상품 위주 품목과 서비스 영역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여기에 전동킥보드 배터리 충전,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포함 등 이륜차의 신규 진출 영역은 늘어나는 반면에 기사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아한형제들이 B마트 지점을 확대하면서 서비스 우선순위를 두고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신규 기사 입직이 제한된 상태에서 배송 물량은 늘어나다 보니 배송 품질 문제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대행업체들이 기업 가치를 키우기 위해 기업간거래(B2B) 주문 수 확대에 집중하다 보니 기사 부족 현상이 일시 더 심해진 상황”이라면서 “기사를 유치하기 위한 각 업체의 인센티브, 프로모션 전략 고민도 한층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