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기사 '표준계약서' 이달 발표…실효성 확보할까

배달기사 '표준계약서' 이달 발표…실효성 확보할까

전국 배달기사 20만명을 보호하기 위한 표준계약서가 이달 중 발표된다. 배달기사들이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근무하는 경우가 많아 군소 업체에서 임금 착취, 보험 사기, 미성년자 고용 등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에 따른 대응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이달 말까지 배달 서비스 표준계약서에 포함된 내용을 최종 확정하고 각 배달업계 사업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표준계약서 초안에 따르면 계약 당사자는 배달대행 각 지사(허브)와 배달기사를 대상으로 한다. 당초 바로고, 생각대로 등 배달대행 플랫폼 사업자가 계약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으나 '위탁자' 및 '수탁자'로 표현함으로써 유연하게 해석될 여지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기사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지사와 프로그램 계약을 통해 배달 주문을 중개하는 플랫폼은 이번 표준계약서에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는다.

계약서 주요 내용은 업무 내용 및 계약 기간을 명시하고 배달료 지급 기준을 구체화해 향후 분쟁 여지를 줄인다는 것이다. 다만 표준 계약서는 권고할 수 있을 뿐 사용에 대한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현장에서 활용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배달대행업체는 전속 기사를 두는 업체부터 일반인 누구나 참여 가능한 크라우드소싱 플랫폼까지 종류가 다양해 일괄적으로 같은 계약서를 적용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사고 발생 시 손해배상액을 상품가액으로 제한하는 등, 차량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현실과 거리가 먼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기사들 상당수가 표준 계약서 작성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베테랑 기사의 경우 고수익이 공개돼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며, 부업 기사들은 플랫폼 이동이 잦아 특정 업체에 몸이 묶이는 것을 싫어한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배달대행업체의 경우에도 등록 배달기사 중 1달에 1회 이상 배달을 수행하는 기사가 약 60%에 불과하다”며 “한 달에 1건만 하고 그만두는 라이더가 태반인데, 근무 기간과 장소를 특정하는 표준 계약서를 작성할 기사가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