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로드숍 브랜드의 올리브영 입점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화장품 시장서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경쟁보단 협력을 택했다. 대신 부진한 브랜드숍은 흡수 통합해 효율화에 속도를 낸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CJ올리브영에 입점한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는 20여개다. 올해 들어 자체 로드숍 브랜드인 라네즈와 에뛰드도 올리브영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LG생활건강 역시 이자녹스, 수려한 등 자사 15개 브랜드를 올리브영 채널에 입점시켰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자체 브랜드숍을 키우기 위해 2010년 올리브영에 납품을 전면 중단했다가 5년 만에 다시 거래를 재개했다.
당초 아모레퍼시픽은 화장품 소비 변화에 대응해 멀티 브랜드를 취급하는 자체 편집숍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세웠다.
이를 위해 자사 브랜드만 취급했던 아리따움 매장을 타브랜드 상품과 체험형 콘텐츠를 갖춘 라이브 매장으로 전환하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이 여의치 않으면서 멀티 브랜드숍 전환에 차질이 빚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아리따움 매장 500개를 라이브 매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현재 전국 아리따움 라이브 매장수는 378개에 그쳤다. 오히려 강남점을 비롯해 명동·대학로·사당 등 핵심상권에 위치한 라이브 매장을 잇달아 폐점했다.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자체 멀티숍 강화보단 H&B 선두업체인 올리브영과 손잡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영업 손실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아리따움 직영점은 10곳만 남기고 모두 철수하기로 했다.
5조6000억원 규모인 국내 화장품 소매시장에서 올리브영·롭스 등 H&B스토어 판매량만 43.6%에 달한다. 그 중 1250곳이 넘는 매장을 가진 올리브영의 점유율은 70% 수준이다. H&B스토어 시장이 3조원대로 커질 동안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내리막길을 걸으며 1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LG생활건강도 하락세에 접어든 1세대 로드숍인 더페이스샵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우선 사업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더페이스샵을 연내 흡수합병해 사업 효율화를 꾀한다.
극심한 실적 하락세를 겪는 더페이스샵의 이번 흡수합병 결정은 구조조정 성격이 짙다. 100% 자회사인 만큼 합병 이후 재무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중복된 사업부문을 정리함으로써 비용 절감과 경영 조직 효율화를 기대할 수 있다.
그간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원 브랜드숍인 더페이스샵을 멀티 브랜드숍인 네이처컬렉션으로 전환을 추진해 왔지만 이마저도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7년 169개에서 2018년 369개, 지난해 486개로 빠르게 늘어난 네이처컬렉션 매장은 올해 상반기에는 고작 10곳 늘어난 496개에 그치며 확장세가 둔화됐다.
코로나로 업황이 불안정해지면서 네이처컬렉션 전환 작업도 수익성을 우선에 두고 속도 조절에 나설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기업들이 저물어가는 원브랜드 로드숍을 멀티 브랜드 편집숍으로 전환해 자구책 마련에 나섰지만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서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면서 “핵심 소매 채널로 떠오른 H&B 스토어 인기에 편승해 활로를 찾으려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