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자내성암호, 글로벌 표준서 '고배'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양자내성암호 3라운드 공지문. NIST 홈페이지 캡처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양자내성암호 3라운드 공지문. NIST 홈페이지 캡처

천정희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한국 양자내성암호 표준이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양자내성암호 표준화 3라운드에 진출한 최종 7개 팀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천 교수가 포함된 '라운드파이브' 팀은 포함되지 못했다.

양자내성암호는 양자컴퓨팅 시대 RSA 등 기존 암호체계가 무력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암호학계에서 준비해 온 새로운 암호체계다. 양자컴퓨터 연산 능력으로도 풀 수 없는 수학 난제를 활용한다.

미국 NIST는 2016년 8월 양자내성암호 표준화를 위한 공고를 내고 2017년 11월부터 제안서를 접수했다. 총 3라운드에 걸쳐 글로벌 표준을 만드는 작업으로 NIST와 함께 IBM,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양자컴퓨팅 분야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도한다.

한국에서는 천 교수 팀을 비롯해 5개 팀이 1라운드에 참가했다. 천 교수는 제자 손용하 서울대 박사와 함께 한국 팀 가운데 유일하게 2라운드에 진출했지만 3라운드에서 아쉬운 고배를 마셨다.

천 교수는 “글로벌 표준으로 채택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 국내 표준이 먼저 만들어진 만큼 산업화에 속도를 내서 사실상 표준으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아직 양자내성암호 표준화 작업을 하는 단계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내 표준을 만들어 실제 유선망에 시범 적용하는 수준까지 진행된 상황이다. LG유플러스는 서울대·크립토랩과 개발한 양자내성암호를 지난달 초 광통신전송장비에 적용했다.

글로벌 표준 작업에 참여했던 국내 팀과 협력할 계획도 밝혔다.

천 교수는 “미국이 주도하는 표준 작업에서 국내 5개 팀이 소외돼 처져 있는 상태”라면서 “다음달 초쯤 워크숍을 마련해 한국이 양자내성암호를 주도할 수 있는 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