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방통위 소송, 넷플릭스방지법 등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와 망사용료 갈등 근본 원인은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의 국제망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23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이사장 김도현)가 더불어민주당 홍정민 의원실 등과 공동 주최한 '글로벌 디지털 강국 도약을 위한 네트워크 정책' 컨퍼런스에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ISP 중심, 내수 중심의 근시안적 네트워크 정책을 벗어나 글로벌 1계위망을 갖추도록 네트워크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 이용자가 넷플릭스 등 해외 콘텐츠를 이용하려면 국내 ISP가 해외 ISP에 비싼 국제망 접속료를 지불해야 한다. 국제 규약 상 비슷한 규모 ISP는 상호 무정산(피어링), 규모가 다른 경우 작은 ISP가 큰 ISP에 대가를 지불(트랜짓)하고 인터넷 네트워크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국내 ISP 중에서는 국제망 1계위 사업자가 없고, 비싼 국제망 접속료는 국내 이용자 통신 요금이나 국내 CP의 망 이용료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김현경 교수는 “2019년 통신3사의 마케팅 비용은 8조540억원으로 설비투자비용과 맞먹고 R&D 투자액의 10배에 이른다”며 “늘어나는 트래픽을 감당하려면 국내에서 점유율 확장을 위해 출혈 경쟁을 벌이기 보다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위한 설비 구축이라는 본연의 의무를 선행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태훈 왓챠 대표는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에도 글로벌 1계위 ISP 부재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왓챠는 국내 OTT가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첫 사례인데, 현지 ISP 대비 열위 지위 때문에 망비용 측면에서 글로벌 전략에 많은 제약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국내 ISP가 글로벌 상위 사업자가 되도록 하는 네트워크 정책이 필요하고, 이는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