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은행이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사업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암호화폐 시장 확대, 성장성을 고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미국 재무부 산하 통화감독청(OCC)은 최근 입장문을 통해 미국 내 은행, 저축은행이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OCC는 은행 규제감독기관이다.
OCC는 암호화폐를 전자 형태 자산으로 간주했다. 은행이 수행했던 자산 수탁 대상에 암호화폐 역시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은행은 암호화폐 커스터디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해 별도 라이선스를 요구하지는 않는다. OCC에 따르면 정부가 인가한 은행, 저축은행은 암호화폐 커스터디를 사업화할 수 있다. 사실상 미국 내 대부분 은행이 적용 대상에 들어가는 셈이다. 커스터디 대상은 개인키는 물론 향후 다양한 형태의 암호화폐를 포함한다.
이 같은 결정에는 암호화폐 사용 확대가 작용했다.
OCC는 “1998년부터 은행이 디지털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권한을 인정해 왔다”면서 “현재 수천만명의 미국인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이 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려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어 “금융 시장이 디지털화하고 있다. 은행권은 고객 요구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은행은 고객의 새 요구에 대응하면서 전통 금융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OCC 결정은 미국은 물론 국내 업계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커스터디 서비스 시장은 아직 초기 시장에 머물고 있다. 은행이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하면서 시장 확대, 경쟁구도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 업계 간 합종연횡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권에서도 커스터디 사업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커스터디 사업 발굴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커스터디 서비스 준비를 공식화했다. 시중은행 역시 블록체인 전문업체와 기술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상존한다. 은행 입장에선 커스터디 사업화를 조심스러워하는 상황”이라면서도 “이미 시중은행 대부분이 커스터디 업체와 물밑에서 접촉하고 있다. 미국 사례가 국내 동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