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지방분담금(매칭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서 사업 신청을 아예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 지자체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코로나19 이후 재정자립도가 낮은 비수도권 지자체는 국고 사업을 따 오기 위한 작업을 계속해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정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지원받는 정부보조금은 지역 산업 육성이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다수 지자체가 의존하는 국고다.
정부 사업을 많이 따 오면 좋지만 그만큼 매칭자금도 높아지기 때문에 재정이 녹록지 않은 지자체로서는 부담이다.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 상태에서 그나마 남아 있던 지자체 여유자금은 긴급재난지원금의 지방분담분으로 빠져나갔다. 대체로 재정자립도가 높은 수도권 지자체마저도 긴급재난지원금 매칭분을 마련하느라 “있는 돈 없는 돈 다 긁어모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니 타 지자체는 말할 필요도 없다.
결국 국고 지원으로 기업을 지원하려는 사업에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전에 수주해서 계속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매칭자금 마련 계획을 짜느라 진땀이 마를 새 없다. 지자체 예산만으로 추진하기로 한 기업지원사업은 상당수가 이미 중단됐다.
기업지원기관 관계자는 “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지자체가 매칭분을 부담할 형편이 안 된다며 아예 기획안을 받아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칭 사업이 많으면 지방정부의 사업 유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복지 사업에 예산이 빨려 들어가 살림살이가 더욱 팍팍해진 지자체 입장에서 볼 때 결국 국가 보조금에 의존하는 고육책을 택해야 한다.
최근 국회에서 재정 상태가 열악한 기초지자체에 대해 정부 보조금을 차등 지원하는 법률안이 발의됐다. 국고 사업에 지자체 매칭자금 부담 방식은 긍정 효과도 있는 만큼 유지는 하되 지자체 재정 상태에 따라 매칭 비율을 조절하는 탄력 방안이 아쉽다.
지방 특성과 실정에 맞는 좋은 사업이 매칭비 부담 때문에 사장돼 해당 지역 기업과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선 안 된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