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붙은 이륜차 전면 번호판 논쟁…“무법 단속 vs 위험 가중”

다시 불붙은 이륜차 전면 번호판 논쟁…“무법 단속 vs 위험 가중”

정부 주도로 이륜차 전면에도 번호판을 부착해야 한다는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지그재그 주행, 도로 주행 등 이륜차 난폭 운전에 반감을 가진 시민단체와 단속 주체인 경찰이 주축이다. 반면 이륜차 운전자들과 배달업계 종사자들은 위험만 가중시키는 규제라며 제도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경찰청·교통안전공단과 민간업계(우아한형제들, 모아플래닛, 로지올) 등이 참여하는 '이륜차 교통안전 협의회'에서 최근 이륜차 전면 번호판 부착 문제가 논의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관련 논의가 협의회에서 진행됐으나, 여러가지 장해 요소로 인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으로 정리됐다"고 설명했다.

이륜차 전면 번호판 도입 문제는 2010년과 2013년에도 두 차례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 일반 단속 카메라로는 이륜차 난폭 운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그러나 이륜차 구조 상 전면 부착이 여의치 않은 점, 강한 공기 저항 때문에 핸들 조작에 무리를 줘 더 큰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 등을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해 최종적으로 도입이 무산됐다. 또한 금속 소재로 된 번호판은 사고 발생 시 보행자를 해치거나 뒷 차로 날아가 흉기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문제 때문에 전면 번호판을 도입한 국가는 중국, 인도네시아 등 극히 제한적이다.

올해 들어 해당 문제가 다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배달주문시장이 확대되면서 이륜차 사고가 급증한 탓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4월말 기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8.4% 줄었으나 이륜차 사망자는 131명에서 148명으로 13% 증가했다. 지난해 이륜차 등록대수도 약 223만대로 10년 전과 비교해 약 40만대 늘었다.

이달 교통문화시민연대는 울산시의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륜차 전면 번호판 장착을 입법화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이륜차 운행기록지 장착, 블랙박스 설치 의무화도 함께 요구했다. 7·8월 기간 이륜차 교통법규 위반을 집중 단속 중인 경찰도 일선 경찰을 중심으로 언론 등에 기고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이륜차 구조적 문제 외에도 전면 번호판 부착이 단속에도 효용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안전 문제로 금속이 아닌 스티커 방식 번호판을 쓸 경우 이를 단속 카메라가 인식하기 어렵다. 한 전문가는 “현행 무인 단속 시스템은 바닥 주행 센서 등이 사륜차에 걸맞게 설계돼 있어고, 이륜차의 전면 번호판은 현재 단속 카메라가 인식하기 어려워 모두 교체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 때문에 영국, 미국, 필리핀 등 대부분 나라에서도 후면 번호판을 인식하는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청은 도로교통공단에 '이륜차 무인교통단속장비 개발을 위한 용역'을 올해 발주해 오는 2021년부터 시범운행할 계획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참고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은 후면 번호판을 촬영하는 방식으로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고 있다. .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