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짜리 법인 세워, 구매한 주택 10여채"...국세청, 413명 세무조사

[그래픽=국세청]
[그래픽=국세청]

“30대 A씨는 자본금 100만원의 1인 법인을 설립했다. 부친으로부터 받은 수 억원의 현금을 이 법인에 빌려주고, 아파트를 구매했다. 또 해당 아파트 담보로 돈을 빌려 다수의 아파트와 분양권을 10여 채나 사들였다.

국세청은 A씨 및 그 법인의 아파트 구매 자금·대여금 출처가 불분명하고,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이같은 방법을 이용한 것으로 보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김태호 국세청 자산납세국장은 28일 정부세종2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A씨를 포함해 탈세 혐의자 413명을 조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월 국세청은 서울·중부지방국세청 내 '부동산거래탈루대응 TF'를 설치, 부동산 거래 관련 탈세행위에 대한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소규모 자본금으로 1인 주주 법인을 설립하고 갭투자 등을 통해 다수의 주택·분양권 취득하는 과정에서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다주택자들(56명)이 세무조사 대상이 됐다.

소득 없이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한 연소자(30세 이하) 62명, 신고 소득이 적은데도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한 전문직과 소득이 없으나 대재산가 부모를 두고 고가의 아파트를 산 자 44명, 출처가 불분명한 외화를 송금 받아 강남에 고액 전세를 사는 사업자 및 편법 증여 혐의가 있는 고액 전세 세입자 107명도 포함됐다.

이 밖에 지난 10월부터 국토교통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합동조사 결과 탈루 혐의가 드러난 주택 취득자들(100명)도 세무조사를 받는다.

국세청은 금융조사를 통해 이들의 편법 증여 여부를 검증할 계획이다.

최근 고가 주택의 대출이 막히면서 가족 등으로부터 돈을 빌려 고가의 아파트를 구매하거나, 고액 전세 세입자로 거주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추세다.

당국은 금융사 계좌 및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를 통해 자금의 원천과 흐름을 추적하고, 소득·재산과 신용카드 사용 내역을 연계 분석해 차입을 가장한 증여도 함께 밝혀낼 방침이다.

또 아파트 구매 자금을 빌려준 친·인척, 특수 관계 법인까지 조사 범위를 넓힌다. 신고 내역 등을 확인해 이들에 자금 조달 능력이 있는지를 검증하고, 자금 조성 및 회계 처리의 적정성, 수입 금액 누락 및 법인 자금 유출 여부까지 검증하기로 했다.

조사 결과 취득 자금이 적정한 차입금으로 확인되면 향후 원리금 상환을 이행하는 지도 확인한다. 검증 횟수는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한다.

원리금 상환 과정에서 가족 등의 대리 변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탈루한 세금을 추징한다.

조사 과정에서 명의신탁 등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이 밝혀지면 관계 기관에 통보하고, 이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탈세했다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엄정하게 조처한다.

오는 9월부터는 투기과열지구·조정 대상 지역의 전체 주택 거래 내역 및 비규제 지역 6억원 이상 주택 거래의 자금 조달 계획서 제출이 의무가 된다. 투기과열지구에서 발생한 주택 거래도 전부 증빙 자료를 내야 한다.

국세청은 “부동산 취득 내역, 자금 조달 과정, 제세 신고 사항 등을 치밀하게 전수 검증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