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제한적 허용, 허물어진 금산분리...한국판 벤처투자사에 '주목'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정부가 '금산분리' 경계를 허물어 대기업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보유를 제한적으로 허용한다. 대기업 자금을 벤처투자로 유인하기 위한 조치다. 규제 완화로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한 기업들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CVC는 대기업집단(자산총액 5조원 이상)이 대주주인 벤처캐피털로,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등에 투자하는 역할을 한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제12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 회의 겸 제30차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일반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현재는 금융·산업 간 상호 소유·지배를 금지하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일반지주회사의 CVC 보유가 금지되고 있다. 이로 인해 SK, LG 등 대기업들은 일반지주회사 체제 밖에 있는 계열사나 해외 법인을 통해 CVC를 우회 설립해 왔다.

홍 부총리는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겠다”면서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이 설립한 구글벤처스는 우버 등 다수 투자 성공 사례를 창출하는 등 CVC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규제도 적지 않다.

홍 부총리는 “금산분리 원칙 완화에 따른 부작용이 엄격히 차단될 수 있도록 사전·사후 통제장치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우선 정부는 일반지주회사가 지분 100%를 보유하는 완전자회사 형태로만 CVC를 설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일반지주회사도 중소기업창업투자회사나 신기술금융사업자 형태로 CVC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 최소자본금 등 규정은 중소벤처기업부와 금융위원회 관련 기준을 따르면 된다.

이와 함께 일반지주회사가 보유한 CVC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 차입이 가능하며, 펀드를 조성할 때 외부 자금은 조성액의 40% 범위 안에서만 조달할 수 있다.

펀드 조성 시 총수 일가, 계열회사 가운데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자는 금지한다. 이와 함께 CVC는 총수 일가 관련 기업, 계열회사, 대기업집단에는 투자할 수 없다.

원칙적으로 '투자' 업무만 가능하고 다른 금융 업무를 영위하면 안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기부·금융위로부터 각종 행위 제한과 요건, 투자 의무 등에 대한 조사·감독도 받는다.

정부는 올해 안에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일반지주회사의 CVC 소유 허용을 입법할 예정이다.

해외 법인 형태로 CVC를 보유한 대기업집단을 시작으로 하여 다양한 대기업이 이번 규제 완화를 계기로 국내 시장 투자를 확대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