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면서 값비싼 금속재를 사용하지 않는 대용량 리튬 과량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
포스텍은 강병우 신소재공학과 교수, 통합과정 이정화 씨 연구팀이 윤원섭 성균관대 에너지과학과 교수팀과 함께 리튬과 전이금속을 포함한 양이온의 분포 형태가 전극 물질의 초기 반응 활성화와 가역적 전기화학 반응에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연구팀은 리튬과 전이금속의 분포를 조절함으로써 산소 이온 반응을 극대화해 현시점까지 보고된 연구 중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 연구 성과는 재료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에 최근 게재됐다.
배터리의 용량을 늘리는 일은 쉽지 않다.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 때문인데, 큰 배터리를 얹으면 공간이 줄어들고, 에너지 효율이 떨어진다. 운동성능도 떨어뜨린다. 결국 크기가 작고 가벼우면서 전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기 위해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것이 관건이다.
연구팀은 현재 사용되고 있는 양극 소재보다 더 높은 에너지 밀도를 갖는 리튬 과량(Li-rich) 양극 소재의 전기화학적 활성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구조적, 화학적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상용화된 전지에 많이 사용되는 비싼 금속인 코발트(Co)를 사용하지 않고도 많은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 과량 양극 소재를 개발했다. 또 리튬 과량 물질에서 국부적인 구조와 리튬과 전이금속을 포함한 양이온들의 분포 형태가 초기 반응 활성화 및 가역성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것을 밝혀냈다.
이렇게 개발된 물질은 산소 이온 반응을 극대화해 양극 소재 중에서 가장 높은 에너지 밀도인 1100Wh/㎏ 이상의 가역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 기존 리튬 과량 양극 소재들의 에너지 밀도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뿐만 아니라 리튬 과량 물질을 사용하는 전지에서 나타나는 전압 강하 문제를 획기적으로 안정화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정화 씨는 “차세대 고용량 물질인 리튬 과량 물질에서 리튬과 전이금속의 분포를 조절함으로써 배터리 밀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며 “기존 상용화된 양극 소재를 대체해 전기자동차에 적용하면 주행거리가 훨씬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포항=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