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최초 장편 SF 소설을 쓴 고(故) 문윤성 작가를 기리고 한국 SF 시대를 열어갈 3000만원 고료 SF 전문 문학상이 제정된다.
전자신문과 과학소설(SF) 전문 출판사 아작, 인터넷 서점 알라딘, 문윤성기념사업회는 '2021 문윤성 SF 문학상(2021 Moon Yun-sung Science Fiction Award)'을 공동 제정하고 출품작을 공모한다고 3일 밝혔다.
전자신문이 주최하고 아작이 주관하며 알라딘, 문윤성기념사업회가 후원하는 문윤성 SF 문학상은 국내 최초 장편 SF 소설 '완전사회'를 쓴 문윤성 작가를 기리고 한국 SF 도약과 문학 다양성, 세계화를 이끌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제정됐다.
1982년 '전자시보'를 모태로 올해 창간 38주년을 맞은 전자신문은 국내 최초 전자정보 전문 일간지로서 과학기술 발전과 보급에 앞장서 왔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과학 문화를 확산시키고 한국 SF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문윤성 SF 문학상을 주최하게 됐다.
1916년 강원도 철원에서 태어난 문윤성(본명 김종안) 작가는 2000년 수원에서 별세할 때까지 40편이 넘는 장·단편 소설과 희곡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11편이 SF 작품이었을 만큼 그는 스스로 'SF 작가'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했다.
특히 1965년 주간한국 추리소설공모전에 당선된 '완전사회'는 국내 최초 SF 장편소설로, 당대 문학계와 독자들에게 충격을 준 것은 물론이고 2018년 재출간되면서 시대를 앞선 선구적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 SF가 태동한 성지'라는 당연한 평가도 나온다.
두 번의 세계대전과 1957년 '스푸트니크 쇼크' 직후의 사회적 분위기에서 집필된 완전사회는, 인류 대표로 타임캡슐을 탄 남자 주인공이 160여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여자들만 사는 지구에서 깨어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적 재미는 물론 '역사에서 과학자들의 책임' '냉전 시대의 본질에 대한 비판' '페미니즘과 젠더 평등에 대한 통찰적 시각'을 제시하는 등 시대를 앞선 경이감으로 가득 차 있다.
당시 주간한국 공모전 심사를 맡은 한운사 극작가는 “광대한 스케일과 면밀한 이야기 운행”이라면서 “이것을 쓴 사람은 굉장한 천재가 아니면 엄청난 도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청사수필'로 유명한 조풍연 작가도 심사평에서 “허황된 이야기 같은 것을 하도 박력 있게 끌고 나가는 통에 '이것이 반드시 허황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변명을 이 작가를 위해 하고 싶게 만든다”고 했다.

아작 출판사는 2018년 완전사회를 재출간한 데 이어 지난해 작가의 또 다른 장편 '일본심판'을 재출간하는 등 문윤성 작가의 작품을 발굴 및 출간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 가을에는 문 작가의 SF 단편집을 낼 예정이다.
문윤성 SF 문학상은 대상(1편) 상금 3000만원이며 응모자격은 신인과 기성작가 제한을 두지 않는다. 원고 분량은 200자 원고지 600매에서 2000매까지다.
2021년 1월 31일 원고 모집을 마감하며 수상작은 3월 31일 전자신문에 공고한다. 자세한 사항은 아작(www.arazk.co.kr)과 알라딘(www.aladin.co.kr) 홈페이지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세계 3대 SF 문학상이라 불리는 미국 휴고상·네뷸러상·필립 K. 딕상을 비롯해 영국 아서 C. 클라크상, 독일 쿠르드 라스비츠상, 중국 SF성운상, 일본 세이운상 등 과학 강국에는 과학적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유서 깊고 다양한 수상 제도가 존재한다.
국내는 이미 발표된 기성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SF 어워드'가 6회째 이어지고 있고,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한 '한국과학문학상'도 지난해까지 4회를 치르며 한국 SF의 아이콘이라 부를 만한 '김초엽 작가'를 배출하는 등 SF 부흥에 힘써왔다.
신인 작가와 기성 작가를 아우르는 '2021 문윤성 SF 문학상' 공모는 “최근 10년간 5.5배 이상 성장했다”는 한국 SF 시장의 결과물이자 '한국 SF 시대'를 열어가는 또 다른 도약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김효선 알라딘 소설 MD는 “SF 시장의 지형이 많이 바뀌고 있다”며 “젊은 독자층이 성장하고 증가함에 따라, 국내 젊은 작가들의 SF도 독자들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SF 문학상 공모전에 기대를 더했다.
최재천 아작 편집장은 “수십 년을 꾸준히 지속할 수 있는 SF 문학상, 특정 출판사나 단체 등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공모전을 준비해보고자 한다”면서 “SF를 사랑하고 아끼는 모든 작가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으로 이 공모전이 한국을 대표하는 SF 문학상으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나라 문윤성기념사업회 대표는 “일을 마치고 집에 와 밤이 깊도록 책상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면서 “고인의 뜻을 기리는 훌륭한 작가들이 이 문학상을 통해 발굴되어 앞으로 한국 SF가 더욱 번성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