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매년 크게 성장하는 가운데 올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차 판매량이 작년 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뿐 아니라 폭스바겐·르노·볼보·BMW 등 대부분 경쟁사들이 뚜렷한 판매량 증가세를 보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신차 부족과 매년 반복되는 생산 지연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4일 글로벌 전기차 조사미디어 'EV세일즈닷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BEV·PHEV) 판매량은 95만76대로 전년 동기 판매량(111만7484대) 보다 14.9%(17만대) 가량 줄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유럽 등의 판매량은 오히려 늘었지만, 가장 큰 전기차 시장인 중국의 경기 침체로 세계 판매량이 줄었다.
상반기 유럽 판매량(40만1231대)은 작년 상반기 판매량(24만8620대)보다 61.4% 증가한 반면, 중국 전기차 판매량(36만110대)은 작년 판매량(63만2892대)보다 43.1%나 떨어졌다.
중국 시장이 위축되면서 지난해 상반기 판매량 2~4위를 기록했던 중국 비야디(BYD), 북경차(BAIC), 상해차(SAIC)와 7위 지리차(Geely), 10위 장화이차(JAC) 등 톱 10 기업 중 올해는 비야디(4위)와 상해차(5위) 두 업체만 자리를 지켰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1위는 17만9050대를 판매한 테슬라로 2위인 폭스바겐(6만2414대) 보다 3배 가량 많았다. 이어 BMW(5만8883대)가 3위를 차지했고, 르노(3만8848대)·볼보(3만6584대)·아우디(3만4875대)가 각각 6·7·8위를 차지했다.
반면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글로벌 판매순위 9위 자리를 지켰지만, 판매량은 지난해 3만4528대 보다 3% 감소한 3만3507대를 기록했다. 기아차는 판매 순위가 지난해 11위에서 10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 판매량은 3만271대에서 3만224대로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 감소폭은 크지 않았지만, 매년 크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추세를 감안하면 미래차 시장 대응에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기아차 전기차 판매량이 저조한 이유는 올해 신차 부족에다, 매년 반복되는 생산 지연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차량 인도가 매년 지연되고 있으며, 기아차 '쏘울EV'는 지난해 초 미국 판매를 돌연 1년 연기한데 이어 현재까지도 판매를 시작하지 않고 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최근 2025년 전기차 100만대 판매,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로 전기차 부문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 브랜드로 2025년까지 23종 이상의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
톱10 (단위:대)
※BEV·PHEV 집계량 (자료 EV세일즈닷컴)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