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배터리 수명을 줄이는 것으로 알려진 '열화과정' 원인을 규명하는 데 성공했다. 차세대 배터리 설계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과학연구원(IBS·원장 노도영)은 현택환 나노입자 연구단장(서울대 석좌교수)과 성영은 부연구단장(서울대 교수) 연구팀이 유승호 고려대 교수팀과 함께 온도에 따른 리튬이온배터리 전극물질 구조변화를 관측, 열화과정 원인 규명에 성공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산화티타늄(TiO₂)을 전극(음극)으로 쓰는 리튬이온배터리를 제조해 충·방전 시 온도를 달리하며 'X선 회절 분석법'으로 전극구조 변화를 관측했다. X선 회절 결과를 해석해 결정 내부 원자 배열을 분석하는 방법이다.
이 결과 구동 온도가 높을수록, 새로운 리튬 저장 메커니즘이 진행됨을 밝혀냈다.
기존에는 배터리를 충전할 때 리튬이온이 음극으로 이동, TiO₂와 반응해 상변화한다. 그러나 상온보다 20~30도만 높아도 추가적인 2차 상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극구조 변화 관찰 결과, 2차 상변화가 일어나면 에너지 장벽이 높아져 TiO₂ 전극 내부에서 리튬이온이 이동하기 어려워진다. 마치 동맥경화처럼 전극 내 리튬이온이 축적되다가 충·방전을 거듭하면 결국 결함이 생기고 돌이킬 수 없는 기능 손실이 발생했다.
유승호 교수는 “온도는 열 발생을 수반하는 에너지 장치 배터리 설계에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 중 하나”라며 “온도가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저하시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성영은 부연구단장은 “최근 전기자동차의 수요 급증과 함께 성능이 우수한 배터리 물질의 개발이 중요해졌다”며 “열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용량이 높고 안정적인 동시에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