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인류는 사회·경제적으로 유례없는 대혼란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강력한 전염성은 7월 기준 전 세계에서 1400만여 명의 확진자와 60만여 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특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국경봉쇄, 사회적 거리 두기, 이동제한 등을 시행하면서 세계 경제는 급속히 위축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성장률이 -3%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본 사태가 지속되면 하락폭이 더욱 커질 수 있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은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지난 5월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기업을 대상으로 경제위기 충격 체감도 조사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34.4%, IMF 외환위기보다 28.5% 크게 체감되는 것으로 밝힌바 있다.
이처럼 코로나19가 가져올 사회·경제적 측면의 변화 양상은 빠르고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발전한 글로벌 공급체인(GVC)을 붕괴시켰고 탈 세계화를 가속화했다. 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두기에 따른 재택근무·온라인 교육·원격의료 확대 등 디지털 비대면 문화를 낳았고 뉴노멀 시대의 단면을 보여준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대다수 국가가 코로나19 초기 대응에 실패해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했지만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초기 상황에 적극적인 대처로 전 세계에 'K-방역'의 위상을 알리는 전화위복의 전환점이 됐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라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냈고 아울러, 발 빠른 진단키트 개발·공급, 공적 마스크 공급 정책, 적극적인 코로나 검사·역학조사와 격리자 관리 등에서 타 국가를 뛰어넘는 역량을 발휘하는 쾌거를 낳았다.
전 세계적인 재앙을 불러온 코로나19 빅뱅으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안전·안심, 포용성장, 혁신성장, 지속가능성 등 사회적 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고민하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개인, 사회, 공공, 산업의 변화와 혁신 선도를 위한 사회 현안 맞춤형 지능화 융합서비스 제공을 위해 'ETRI 인공지능(AI) 실행전략'을 마련했다.
지능화 융합의 핵심은 개인의 경우 고령사회 등 국민 생활문제를 해결할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회에서는 인간과 환경의 공존이 가능한 지속 가능 성장 솔루션이 요구된다. 산업의 경우도 수요자 중심의 신산업생태계로의 혁신을 추진하기 위해선 제조, 농·축·수산 등 산업혁신 솔루션이 중요하다. 그리고 공공의 경우, 국민안전의 선제 대응을 위한 국가 긴급수요 대응 솔루션 개발이 될 것이다.
예컨대 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휴먼케어 로봇 기술, 효율적 도시 운영 및 안정성 강화를 위한 통합관리 시스템 기술, 협업로봇 및 공정설비 지능화 기술,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 대응 진단·치료 기술개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위기를 기회삼아 혁신적인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낸 'K-방역'과 같이 AI를 중점적으로 활용한 'K-지능화 융합'을 위해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단기 미봉책이 아닌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지속적인 대응 방안 마련과 사회현안 해결을 위한 지능화 융합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둘째,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기술개발 성과와 상용화 연계방안 마련이 중요하다. 셋째, 의료, 복지, 교통, 에너지,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능화 융합 수요와 유망 기술·서비스 파악을 위한 미래 연구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활용으로 기존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혁신산업·서비스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코로나19 발생으로 우리나라는 세계 각국에 성공적인 국가브랜드 파워 역량을 심어주었다.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떠오른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AI를 활용한 지능화 융합 발전을 이룰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로 작용할 것을 기대해 본다.
박종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지능화융합연구소장 jhp@et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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