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용품 기업 무인양품(MUJI)이 판로 확대를 위해 쿠팡과 손잡았다. 무인양품 온라인 판매 채널은 자사 공식몰 외 쿠팡이 유일하다. 이석구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를 새 수장으로 맞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자주(JAJU)와 오프라인을 넘어 온라인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무인양품은 지난달 25일부터 쿠팡에 입점해 판매를 시작했다. 무인양품이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쿠팡이 재고 보관부터 배송, CS 응대까지 풀필먼트 서비스를 전담하는 로켓제휴 형태다.
무인양품은 우선 생활용품과 패션잡화 등 120개 품목을 쿠팡 물류센터에 입고했다. 향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취급하는 상품을 온라인에서도 구매할 수 있도록 판매 품목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무인양품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홈퍼니싱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온라인 채널이 자사몰로 한정돼있어 비대면 소비 수요를 충족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온라인 접점을 늘릴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판단해 쿠팡 로켓제휴 입점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무인양품 국내 사업은 무지코리아가 담당한다. 무지코리아는 롯데상사(40%)와 일본 본사(60%)가 각각 지분을 보유한 합작법인이다. 롯데 유통망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면서 2014년 매출 480억원에서 2018년 1378억원까지 고속 성장했다.
그러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매출이 9.8% 줄고 영업손실 71억원으로 적자전환하며 타격을 입었다. 무인양품은 정체된 오프라인 사업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e커머스로 눈을 돌렸다. 그간 무인양품은 공식몰을 제외하면 온라인 판매 채널이 없었다. 합작 파트너사인 롯데 온라인몰조차 입점하지 않았다.
그만큼 쿠팡 입점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국내 홈퍼니싱 시장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급성장하는 만큼, 시장 점유율이 높은 쿠팡 플랫폼을 통해 오프라인 부진을 만회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 같은 행보는 국내 시장서 직접적 경쟁을 펼치고 있는 신세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자주의 최근 사업 확장 흐름과도 맞물린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최근 패션라이프스타일부문 산하에 있던 자주를 별도 사업부문으로 격상해 힘을 실었다. 스타벅스 성공을 이끈 이석구 전 대표를 수장으로 영입하며 사업 혁신에도 속도를 냈다.
한국형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한 자주는 일본 불매운동에 반사이익을 얻으며 성장세에 탄력이 붙었다. 신세계그룹 유통망을 중심으로 외형이 빠르게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2173억원에 달한다. 오프라인 점포수도 185개로 무인양품 40개를 압도한다. 온라인 채널 역시 공식몰 한 곳에 불과한 무인양품과 달리 자주는 자사몰(에스아이빌리지)을 비롯해 SSG닷컴과 현대H몰, GS샵, 오늘의집 등 다양하다.
업계 관계자는 “불매운동 여파로 오프라인에서도 자주에 주도권을 내준 무인양품 입장에선 온라인에서 새로운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쿠팡 로켓제휴를 통해 별다른 비용 부담 없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인 만큼, 온라인 매출을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