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야 일주일 남짓 영향력을 발휘했던 장마가 여름 내 이어지고 있다.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은 6월24일부터 8월초까지 장마전선 영향 아래 놓여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긴 기간으로, 최장 기록을 갈아치울 기세다.
과거 장마와는 강수량이나 기간 등 특성이 완전히 다른 모습이다.
보통 한반도 장마는 남쪽의 더운 공기인 북태평양고기압이 점점 북상하며 북쪽의 찬 공기인 대륙의 고기압과 만나 생기는 정체전선(장마전선) 때문에 발생한다. 7월 말이면 북태평양고기압이 대륙의 고기압을 밀어내 장마가 해소되고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에 들면서 8월 본격 더위가 시작되는 게 일반적 모습이다.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대륙의 고기압을 북쪽으로 밀어 올리지 못하고 있어 한반도에 장마전선이 오래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근본 원인으로 지적한다. 대기 중 수증기량이 예년에 비해 늘면서 비를 내릴 수 있는 물주머니의 크기가 훨씬 커졌다. 여기에 북극의 이상고온 여파로 제트기류(상층의 강한 바람 띠) 흐름이 약화했고 북극의 한기가 중위도 지역까지 남하했다.
우랄산맥과 중국 북동부에 만들어진 2개의 블로킹에 의해 고위도의 찬 공기가 중위도에 계속 공급되면서 지금쯤 북쪽으로 확장해야 할 북태평양고기압이 찬 공기에 막혔고 장마전선이 동아시아 지역을 오가며 예년보다 많은 비를 뿌렸다.
기온, 강수량에 큰 영향을 미치는 블로킹 현상은 발생 여부를 사전에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상 예보의 정확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북극의 이상 고온 현상이 매년 심화되고 있다는 데 있다. 북극과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나 빙하는 지구 기온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햇빛을 반사해 북극 기온이 유지되는데 최근 눈과 빙하가 줄면서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 이로 인해 다시 눈·빙하가 감소하는 피드백 현상이 일어나면서 북극 기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단기간 많은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 추세가 앞으로 일상화 될 것으로 진단했다. 기상청과 환경부는 최근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를 공동으로 발간하고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강수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여름철 홍수나 봄·가을 가뭄 등 각종 기상재해가 심해진다고 전망했다.
순간 폭우로 인한 최대 강수량이 1030.1mm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함께 한반도의 기온이 점차 상승해 열사병 등 온열질환은 물론 각종 식중독과 질환이 늘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기온이 1도 오르면 사망 위험이 5%, 폭염은 8%까지 높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금의 매뉴얼로는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홍수, 폭염, 혹한의 정도가 심화될 것으로 예측하고 철저한 대응 방안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