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상공인협동조합연맹, 한국소상공인교육진흥원, 전국중소기업중소상공인협회,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 소상공인지식정보진흥협회, 한국소기업소상공인협회. 중소벤처기업부에 등록된 소상공인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비영리법인 현황이다. 지방청 단위로 등록된 관련 단체와 통신·뷰티 등 업종별 관련 단체를 포함하면 그 수는 35개에 이른다.
스타트업이란 이름을 내건 단체도 한둘이 아니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외에도 한국스타트업협회부터 한국청년스타트업협회, 최근에는 대한민국 청년 스타트업 네트워크까지 다양하다.
중기부에 등록된 비영리법인은 벌써 500개를 넘어섰다. 2017년 7월 중기부 출범 이후 약 3년 만에 130개가 넘는 비영리법인이 새로 등록됐다. 중기부 승격과 함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서 이관된 단체를 포함하면 3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약 50% 늘었다.
부처 규모가 커지고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소관 비영리법인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실제 산업부의 소관 비영리법인 수는 1000개를 넘는다.
그러나 중기부 소관 비영리법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존재 이유에 의구심이 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상공인과 자영업 단체가 중복 등록됐을 뿐만 아니라 이미 산업부에 등록된 업종에서 소상공인 내지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의 이름을 달고 새롭게 등록하는 일이 허다하다.
다양한 비영리법인이 난립하는 것은 기존 단체가 소속 회원사의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법정기관으로 등록된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여성인경제인협회와 같은 특수법인에서는 내홍이 끊이질 않는다. 내부 정치에서 밀린 단체장이 새로운 비영리법인을 등록하고 딴 살림을 차린 사례가 숱하다. 중소기업중앙회 역시 전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기에는 조직력이 부족하다.
좀 더 촘촘하게 정책을 설계하기 위해서는 민간의 목소리를 듣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 단순히 예산을 늘리고 정부 조직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민간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수렴할 수 있도록 민간 영역의 투명성과 자생력 확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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