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석제범 IITP 원장 "첨단 R&D 산파 역할로 코로나19 돌파구 마련할 것"

석제범 IITP 원장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탄생하는 산파 역할을 해 코로나19 등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석제범 IITP 원장은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이 탄생하는 산파 역할을 해 코로나19 등 위기를 극복하는 핵심 돌파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주 영역인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는 우리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발판 역할을 합니다. 세계를 넘어서는 핵심 인공지능(AI) 기술 개발, 중소기업의 기술 확보 및 산업화를 이끌어 위기 극복에 기여하겠습니다.”

석제범 IITP 원장은 지금을 매우 '어려운 시기'로 진단했다. 연초부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 전반이 혹독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산업 근간인 중소기업도 거센 바람에 직면했다.

석 원장은 이럴 때일수록 IITP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잘 활용한 위기는 기회로 탈바꿈한다는 설명이다.

석 원장이 이끄는 IITP는 1조원이 넘는 예산을 토대로 ICT 분야 R&D 전체 주기를 관장한다. 비대면 비즈니스 중요성이 천정부지로 높아지는 시점이다. 당연히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R&D 차원에서는 정부의 디지털 뉴딜 기조에 발맞춘 첨단 ICT 기술확보에 주력하면서 양자통신 광소자나 홀로그램 등 고위험 분야 R&D, 사회문제해결 R&D 등에 힘쓰고 있다. 특히 재빠른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고, 그동안 수행해온 기술 개발이 산업계로 이어져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IITP의 그동안 성과와 노력한 바를 돌아보고, 현 위기 상황에서의 앞으로 계획도 들어봤다.

석제범 IITP 원장(왼쪽)과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 부국장.
석제범 IITP 원장(왼쪽)과 정동수 전자신문 전국총괄 부국장.

대담=정동수 전국총괄 부국장

-코로나19 위기가 계속되는 시점이다. IITP가 무슨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지 알려달라.

▲코로나19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대로의 변화를 촉발하고 있다. 위기지만 기회이기도 하다.

이미 원격근무와 교육, 온라인 쇼핑,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같은 온택트 서비스가 부상하고 있고 디지털 경제로의 신속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기회로 활용하면 해당 분야 성장을 가속화 할 수 있다. IITP는 R&D는 물론이고, 4차 산업혁명 핵심기술 분야 인재양성, 연구관리 등 맡고 있는 것이 많다. 우리가 ICT R&D 혁신 파트너로서 혁신성장 일선 돌파구 역할을 해야 한다.

-코로나19 여파가 사회 전반에 심각하다. R&D 분야도 우려 대상인데, 예산 확보 등에 우려할 점은 없는지.

▲경제회복 지연으로 내년도 세수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위기극복을 위한 재정지출 증가세는 지속될 전망이다. 국가 R&D예산 편성도 지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미래 성장동력 확충, 포스트 코로나 대응을 위한 중점분야는 기존 투자에 더해 신규 투자도 이뤄질 것으로 생각한다. IITP도 집중 투자 분야에 대한 신규사업 반영과 기존 사업 예산을 확충하기 위해 정부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

자율주행, 블록체인, 6G, AI 반도체 등 D·N·A 핵심기술 신산업 분야는 신규사업을 추진한다.

알다시피 지금은 예산철이다. 기존 R&D사업 투자 강화를 위해 정부 및 국회 예산심의에 적극 대응하고, R&D 예산 확보에 도움이 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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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분야 중요성이 급격히 커지는 상황이다. 진행 업무와 향후 계획은.

▲이미 3년 뒤를 목표로 올해부터 딥러닝, 포스트 딥러닝에 중점을 둔 'AI 핵심원천 R&D 기술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AI 선진국의 고도화에 맞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앞서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핵심은 기술 난제 해결에 있다. 현재 AI는 학습데이터를 대량 활용하고, AI의 의사결정을 설명할 수 없는 등 다양한 난제가 있다. 이를 해결한다면 앞서나갈 기회를 잡게 된다. 이를 위해 '차세대 AI 혁신 원천기술개발' 신규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기여하고자 한다. 사람과 AI가 협업하고 공존할 수 있는 시범 서비스를 현실화해 2027년까지 시범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능형 반도체 개발에도 우리 역할이 있다. 지난해 예비타당성조사(예타) 통과로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기술개발 사업이 시작됐다. IITP는 설계 기술을 맡는다. 올해에만 244억원이 투입되는데, 4개 컨소시엄 28개 수행기관 선정을 마쳤다.

추가 준비 사항도 있다. 기억(메모리)과 연산(프로세싱)을 통합한 새로운 개념의 AI 반도체 개발을 기획 중이다.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 반도체 개발에 나선다. 올해 연말 예타를 준비하고 있다.

-6G R&D는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오는 2028년 6G 상용화가 목표다. 초기단계에는 국가가 주도해 선도기술을 개발해 국제 표준화 선점 표준특허를 확보하고, 향후 민간기업 주도로 상용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할 일이 쌓여 있다. 우선 테라급 무선전송, 테라헤르츠(㎔) 대역 라디오프리퀀시(RF) 핵심 부품, 위성까지 포함하는 3차원 공간통신 핵심 기술을 중점 개발한다.

지연 시간 5밀리세컨드(㎳)를 보장하는 초저지연 기술과 AI 활용 지능형 네트워크, ㎔ 대역 채널 모델링과 안전성 평가도 추진할 계획이다. 예타는 이미 마쳤다. 내년부터 6G 핵심기술개발 사업을 본격화 한다.

-코로나19로 중소기업이 많은 타격을 입고 있는데, 이에 대한 지원은 어떻게 지행하고 있는지.

[인터뷰]석제범 IITP 원장 "첨단 R&D 산파 역할로 코로나19 돌파구 마련할 것"

▲중소기업 지원은 우리도 고심하고, 특히 신경 쓰는 분야다. 기업에 활력을 부여하고, 빠른 사업화를 이루면 우리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핵심은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이 R&D에 보다 힘써 성장동력을 유지하도록 돕는 것이다. 우선은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ICT 기업 R&D 확대 지원 방안에 따라 지난달 기준 ICT R&D 참여 중소·중견기업 495곳을 지원하고 있다. 민간부담금과 현금 비중 완화, 기술료 감면 및 납부 기한 연장, 융자 우선지원 등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다른 방법도 준비하고 있다. 결국 방법은 디지털혁신을 지원하는 거다. 특히 비대면 비즈니스 분야에서 디지털혁신 기술 개발이 이뤄지도록 신규사업을 기획, 중소기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ICT R&D 혁신 바우처 지원 사업'이다. 중소·중견 기업이 연구기관으로부터 필요기술을 제공 받을 수 있도록 기업에는 R&D 바우처를, 기관에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이 보유한 기술을 단시간에 산업 분야로 확산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업 기간 종료로 지난해 자칫 종료될 수 있었다. 이를 올해 도리어 키웠다. 사실 종료되는 사업을 살리고 키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 사업의 중요성과 효과를 부처에 지속적으로 어필해 결과를 이끌어냈다. 직원들의 공이 매우 컸다.

다행히 반응이 좋다. 올해 약 120억원 규모 신규사업 공고를 냈다. 251개 기관이 신청했다. 작년(5.8대 1)보다 높은 8대 1 경쟁률이다. 3월에 31개 기업을 선정했다. 내년에는 더 규모가 늘어날 것이다.

R&D 바우처는 비대면 비즈니스 디지털 혁신 기술개발에도 적용한다. 20개 과제를 추가 선정할 계획이다.

-평가가 주된 기관 업무 중 하나인데, 비대면이 중요시 되는 현재 어려움은 없었는지.

▲정말 어려움이 많았다. 보통 3월에 평가를 시작하는데, 딱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지는 시기였다. 당연히 피평가기관, 평가위원을 모시기 어려웠다.

4월부터 화상회의 시스템을 시작했는데, 민간 서비스를 이용하면 보안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일단은 피평가자의 동영상 프레젠테이션, 콘퍼런스 콜 질의응답을 시행해 급한 불을 껐다. 440개 과제 평가를 마쳤는데, 생소한 방식임에도 참여자 만족도가 5점 만점에 4.26점으로 높게 나왔다.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제는 완전한 시스템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각자 공간에서 온라인 평가가 손쉽게 이뤄지도록 솔루션과 장비를 꾸리고 있다. 11월부터는 실제 테스트를 해보려고 한다. 이런 불가피한 상황이 부담되지만, 결국 우리가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석제범 IITP 원장은

서울대 영문학과를 나와 행정고시를 준비했다. 행정대학원 재학 중이던 1987년 행시에 합격, 공직에 발을 디뎠다.

1992년 당시 체신부 통신기획과를 시작으로, 정보통신부를 거쳐 ICT 분야 기획 및 정책 분야 전문역량을 쌓았다. 통신경쟁정책과장과 통신기획과장, 재정기획관을 역임했고,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경험도 있다.

2008년부터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재정기획관, 국제협력관 정책기획관, 방송진흥기획관, 네트워크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2014년부터 3년 동안은 다시 청와대에서 대통령비서실 정보방송통신 비서관이라는 중책을 맡기도 했다. 2018년 1월부터 IITP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

정리=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