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적절성을 놓고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일부 친원전 측 관계자들은 당시 결정 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고, 감사원 감사로 이어졌다. 여기에 감사원이 감사 과정에서 '월성 1호기 폐쇄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이미 내리고, 피감기관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논란까지 번졌다.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향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논란 핵심은?
월성 1호기 폐쇄 논란의 핵심은 경제성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유무다. 법인(기업)으로 따지면 청산 가치(가동 중단)와 존속 가치(계속 가동) 중에서 청산 이익이 컸는지, 아니면 존속 이익이 컸는지 따져보는 것이다.
친원전 측은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했을 때 이익이 크므로 정부의 폐쇄 결정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월성 1호기가 경제성 있었다는 시각이다. 반대로 경제성이 없었다는 정부 근거가 타당하다면 이 주장은 뒤집힐 수 있다.
친원전 측은 월성 1호기가 경제성 있었다는 이유로 원자력 판매단가 상승 예측치를 내세운다. 20대 국회 당시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8년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참고용 초기 연구보고서를 인용, 원자력 판매단가를 킬로와트시(㎾h)당 2018년 69.25원, 2019년 69.94원, 2020년 70.62원, 2021년 71.32원, 2022년 72.02원 등으로 상승 예상했다. 같은 당 장석춘 의원도 원자력 판매단가가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간 약 74% 오른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향후 상승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면서 한수원이 외부 용역을 맡겨 ㎾h당 2018년 56.96원, 2022년 48.78원 등으로 예측치를 하향 조정하는 '조작'을 통해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했다며 정부를 겨냥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계속 상승해 오던 원자력 발전원가가 향후 5년간 낮아질 거로는 전망될 수 없었다”면서 “월성 1호기를 포함한 모든 원전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생산 원가보다 싸게 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현재로선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한전이 한수원으로부터 구매한 원자력 판매단가는 2018년 ㎾h당 62.18원을 기록했다. 이후 2019년 58.39원까지 하락했고, 올해 들어 5월까지 평균 55.08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친원전 측 주장과 정반대 결과인 셈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은 과거 통계를 바탕으로 원자력 판매단가 상승을 예측하는 것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근거는 전력시장 구조다. 우리나라는 한수원과 남동·중부·서부·남부·동서발전 등 한전 6개 자회사가 한전에 전력을 판매하는 경쟁 제한적 비용반영시장(CBP)이다. 한전은 전기 판매 수입을 각 자회사에 골고루 분배한다. 흑자가 크면 적절하게 나누고, 적자가 크면 이를 분담시키는 식이다. 한전 전기 판매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면 원자력 판매단가도 내려갈 수밖에 없는 셈이다.
한 전력업계 고위 관계자는 “한전이 1년에 판매하는 전기 판매 수입은 정해져 있다”면서 “이 수입을 예측하고, 나눠 역산해야 정확한 원자력 판매단가가 산출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전력이 일반 재화와 달리 모든 국민에게 제공돼야 하는 '특수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그래서 한전 전기 판매 수입에 따라 원자력 판매단가가 등락할 수밖에 없고, 이는 친원전 측도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월성 1호기의 잦은 정지와 떨어지는 이용률 등을 종합 감안, 원자력 판매단가를 낮게 예측했고 '경제성 없다'는 결정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논란 확산 이유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탈원전'과 '친원전'을 중심으로 한 진영 논리가 계속되고, 양 측 주장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정치적으로 대립하는 구도도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친원전 측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탈원전을 추진 중인 문재인 정부 '비리'로 규정한다. 반면 탈원전 측은 친원전 측이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일방통행식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친원전 측은 한수원이 예정에 없던 긴급이사회를 소집,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보여주지도 않은 채 표결에 부쳤다고 주장한다. 또 경제성 분석 보고서마저 고의로 축소·조작됐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산업부와 한수원은 조기 폐쇄 과정에서 모든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했고, 경제성 외에 주민수용성과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실제 약 40년간 가동된 월성 1호기는 2015년 '10년 계속 운전' 승인을 받은 이듬해인 2016년 이용률이 55.3%까지 떨어졌다. 2001년부터 2015년까지 평균 90%와 비교할 때 40%포인트(P) 안팎 급감했다. 설비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는 불시 정지는 2016년 5월과 7월에만 각각 15일, 22일 발생했다. 그 해 9월에는 리히터 규모 5.8 경주 지진으로 87일간 정지됐다. 월성 1호기는 활성단층인 양산단층과 울산단층이 지나는 경주에 위치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월성원전 30㎞ 이내에서 발생한 지진은 총 226회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측 주장은 고려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월성 1호기 논란을 감사 중인 감사원이 친원전 측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다. 또 감사 과정에서 피감기관들의 반론을 일축한다는 주장도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한 피감기관 관계자는 “월성 1호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그 과정에서 경제성과 환경성, 계속 운전 타당성 등을 투명한 절차에 따라 검토, 진행된 것”이라면서 “하지만 감사관들은 귀를 닫은 채 '묻는 거에만 대답하라는 식'으로 강압적 태도를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어 “감사원은 기관 성격상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양쪽 주장을 경청해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하지만 일방의 편만 들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감사원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권 심리 과정에서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 과제(탈원전)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겠느냐”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최 원장은 7월 국회에 출석해 발언 사실을 인정했다. 다만 “(발언의 전체 맥락을 놓고) 어떻게 해석하느냐는 각자 견해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전 1호기는 경제성만 따져 폐쇄한 게 아니라 주민수용성과 안전성, 전력 정책방향 등을 종합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면서 “감사원이 이를 고려하지 않고 감사 결과를 내놓는다면, 논란만 더욱 확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태웅 기자 bigheroryu@etnews.com
여야 정치 대립 비화…논의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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