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개인 정보를 가명 처리한 후 금융회사와 기업이 새로운 부가가치·서비스를 만들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을 가져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한국에 앞서 미국과 유럽은 이미 데이터 구동형 사회로 진입했다. 다양한 마이데이터 사업이 발화하고 있다. 국내도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 시작되면 각종 융합서비스가 출현, 금융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혁신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와 통신사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데이터 확보전에서 패하면 성장 동력 상실은 물론 더 나아가 기업의 생존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유다.
그런데 이 같은 상황을 지켜보면 우려된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이 대형 금융사와 빅테크 에 지나치게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시작하면 소비자에게 다양한 편익을 줄 수 있다. 데이터 기반으로 다양한 마케팅과 금융서비스 편익 등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되는 것은 마이데이터 사업이 금융 편익 외에도 금융 소외자나 중소서민을 재평가하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기존 금융에서 소외돼 온 주부나 사회초년생 등 이른바 신 파일러, 금융탈락자도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각종 구매정보·통신정보·보험정보 등을 결합한 새로운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들을 재평가해 일상생활에서 편익이 발생하는 방향도 마이데이터 사업자 선정에서 고려해야 한다.
신용등급이 낮다고, 4대 보험을 적용받는 직장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단순한 연체로 인해 제도권 금융에서 탈락하거나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금융 당국이 중소자영업자나 서민을 위한 마이데이터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분명 우리 금융권과 전 산업에 엄청난 대전환을 가져올 것이다. 다만 새로운 먹거리라는 마이데이터 사업이 거대 기업들의 데이터 확보전, 부자들을 위한 웰스매니지먼트, 빅테크 플랫폼의 거래 수수료 수익으로만 돌아가지 않고 시장의 약자인 서민과 중소자영업자 및 금융 신 파일러들에게 그 효익이 배분될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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