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42.195㎞인 마라톤에 비유한다면 본인은 25㎞ 정도를 달리고 있다고 했다. 이제 반환점을 돌아 후반 레이스를 시작했다는 얘기다. 새로운 시작에 각오도 남다르다고 했다.
올해 초 인터넷 유해콘텐츠 차단서비스 전문업체 플랜티넷에 합류한 김후종 사장 얘기다. 김 사장은 몇년 전 시작한 마라톤 얘기를 꺼내면서 본인은 플랜티넷에서 인생 2막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직 갈 길도 해야 할 일도 많이 남았다는 게 김 사장 생각이다.
김 사장은 오랜 기간 통신 전문가로 일했다. 1988년 옛 금성반도체에 입사해 무선호출기, 코드분할다원접속(CDMA) 기지국 개발 연구원으로 일했다.
1995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에 합류, CDMA 상용화에 힘을 보탰다. 네트워크, 무선인터넷, 서비스 사업부문을 거치며 능력을 인정받아 40대 중반에 임원 승진했다.
서비스기술원장으로 일하면서 'T-아카데미' 'T맵' 'T스토어' 등을 출시했다. 2011년 SK텔레콤에서 분사한 SK플래닛 LBS사업부장을 맡아 T맵 확산에 힘썼다.
김 사장은 서비스기술원장 시절인 2010년 'T-아카데미'를 설립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T-아카데미는 모바일 소프트웨어(SW)를 무료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사장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렸고 국내에서도 스마트폰 도입과 확산이 본격화됐지만 iOS,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부족했다”면서 “외국에 관련 플랫폼 시장을 빼앗길 수 있다는 생각에 다양한 커리큘럼을 개발해 젊은이와 창업 희망자를 교육했다”고 말했다.
수천명에 달하는 T-아카데미 수료생은 앱 개발사나 게임사 등 다양한 곳에서 활동한다. SK텔레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고 지원해준 덕분에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는 게 김 사장 설명이다.
통신사에서 경험은 플랜티넷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고객이 유무선 인터넷 망을 사용하고, 유해사이트나 유해콘텐츠 노출 리스크가 늘 존재한다는 점이 같다. 모바일로 유해성 전이가 확산하면서 플랜티넷이 해야 할 일도 늘어난다.
플랜티넷은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이했다. n번방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어느 때보다 사회적 책임도 크다.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신규 서비스 개발과 사업 확대 추진이 한창이다.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한 '유해 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차단 서비스'를 8월 말 상용화할 계획이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다크웹 차단기술 등 신규서비스 상용화와 업그레이드도 이번 달부터 추진한다.
김 사장은 “플랜티넷은 n번방 방지법 시행에 따라 기업 대응을 위한 다양한 맞춤 서비스를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과거 경험을 살려 고객사 고민을 해소할 수 있는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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