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블루'가 유통업계를 덮쳤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등이 수개월째 이어지자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실적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백화점 매출은 회복세를 보이며 다소 희망을 보였지만 하늘길이 막힌 면세점은 향후 전망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유통업계는 상반기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으로 하반기 턴어라운드를 실현한다는 목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업계 빅3는 모두 우울한 실적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속 다소 선방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생존과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실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다만 역대 최악 실적을 기록했던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 반등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롯데백화점은 2분기 매출 6665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영업이익은 40.6% 줄어든 실적이다. 명품과 가전 판매 호조에 힘입어 수익성은 나아졌지만 기존점 매출 부진과 해외 점포 부진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국내 기존점과 해외 점포 매출은 각각 10.4%, 36.9% 역신장 했다.
해외 점포의 경우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을 제한하면서 영업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인도네시아는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 가까이 휴점했고 베트남도 4월 23일까지 영업을 하지 못했다. 다만 중국 선양 백화점 충당금 환입과 인도네시아 임차료 감면, 베트남 판관비 축소 등 비용 효율화를 통해 실적 하락을 방어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신세계백화점은 2분기 매출 3539억원, 영업이익 143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각각 3.7%, 56.3% 줄어든 실적이다. 명품(28%)과 생활용품(23%)이 실적을 견인하며 흑자 기조는 이어갔지만, 오프라인 매장 매출이 2% 감소하며 코로나 충격을 비켜 가지 못했다.
다만 신세계백화점은 △지역 1번점 전략을 기반으로 한 대형점포의 실적 선도 △명품, 가전 등 동업계 대비 우위 장르 매출 호조세 △타임스퀘어점 1층 식품관 배치 △업계 최초 장르별 VIP 등 지속적인 유통 혁신에 주력해 실적 하락을 최소화했다.
코로나19 영향이 가장 컸던 3월 작년 동기 대비 28% 역신장 했지만 2분기 들어 선제적인 방역과 대형점포를 중심으로 빠른 매출 회복세를 보여 6월에는 신장세로 돌아선 것이 고무적이다.
현대백화점은 2분기 매출 10.3% 줄어든 4245억원, 영업익은 62.5% 급감한 262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집객 부진이 5월까지 장기화됐고 매출 감소로 인한 고정비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백화점 3사가 모두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코로나19 악재 속 실적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회복세는 역력하다.
롯데백화점은 직전 분기(매출 6063억원, 영업이익 285억원) 대비 실적이 늘었으며 신세계백화점도 2분기가 전분기 대비 매출 6.9% 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3사 중 영업이익이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역신장세는 1분기 17.7%에서 10.3%로 반등하며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이같은 회복세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고조되는 위기감 속에서도 발 빠르게 '포스트 코로나' 전략을 세우는 등 대응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6월부터 시중에 풀린 면세점이 실적 회복의 물꼬를 텄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해외명품과 가전이 소비 회복 흐름을 타면서 매출이 크게 일어났고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판매가 28% 신장하며 소비심리 회복을 부추겼다.
살아나는 소비심리 회복에 백화점 업계는 하반기 실적 회복도 기대하고 있다. 비대면 서비스와 배송 강화, 명품 유치 등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준비한 각종 차별화 전략이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3분기는 추석이 끼어 있어 실적을 만회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물세트를 비롯해 명품·패션 카테고리에서 소비가 살아나는 시점으로 백화점 업계의 성수기로 지목된다. 이를 위해 백화점 업체들은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 주문에 돌입하는 등 명절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4분기 역시 아우터 등 단가가 높은 패션 상품이 주로 판매돼 매출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변수는 코로나19 재확산이다. 지난 5월 황금연휴 기점으로 매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컸지만 이태원발 집단감염 확산으로 큰 폭의 매출 증가를 이뤄내지 못했다. 또한 확진자가 방문한 매장은 잇따라 휴점과 재개장을 반복하는 영업에 차질을 빚어 유통업체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편 롯데그룹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연중 경영진 인사를 단행하는 결단을 내렸다. 13일 열린 롯데지주 이사회에서 '40년 롯데맨'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후임으로 이동우 롯데하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롯데하이마트와 롯데 계열사간 시너지 창출 및 안정적인 성장을 이끌어 낸 성과를 높이 평가한 것이다. 롯데지주는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혁신과 위기 극복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와함께 롯데지주의 경영전략실을 '경영혁신실'로 개편하며 그룹 미래 먹거리가 될 신사업 발굴과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전략 등을 모색하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례 없는 롯데의 연중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은 코로나 팬데믹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등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생존과 미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변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3사가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할 때 선방한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