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이 기업 대출 부문 디지털전환 작업에 착수했다. 디지털 서비스가 전무했던 기업 대출 부문에 온라인 기반 비대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다. 방문규 수출입은행 행장이 강조하던 디지털 금융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수은은 최근 EY한영에 디지털전환(DT) 전략수립 검토를 맡겼다. 수은이 추진하는 DT 전략에 대해 EY한영이 큰 틀에서 DT 전략 방향성을 검토하고 고도화하게 된다. 수은도 이 과정에 참여해 전략을 조정한다. 컨설팅은 올해 10월 말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방 행장은 올해 초 신년사를 통해 수은의 디지털 금융 도입 필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DT 전략 핵심은 기업 대출 비대면 시스템과 자동심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기업 대출은 일반적인 개인 대출과는 성격이 크게 다르다. 개인 대출 비대면이 대중화된 것과는 상반된다. 실제 은행권은 기업 대출 부문 비대면화에는 적극 나서지 못했다. 대출금액 규모가 크고 대출심사 과정에서 기업실사 등 대면 업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수은은 기업 대출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국책은행이다. 개인 대출 업무가 없기 때문에 시중은행 간 DT 경쟁에서는 한 발짝 떨어져있었다. 사실상 수은은 온라인 기반 비대면 대출 불모지인 셈이다. 비대면 기업 대출 시스템이 처음 도입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대면 업무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존 업무 상당부분에 비대면화를 추진한다. 기업의 대출 신청, 진행상황 모니터링, 구비서류 제출, 대출심사 등이 디지털화된다.
현재까지 수은의 기업 대출은 철저히 아날로그, 대면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전화, 팩스, 이메일, 대면 소통을 통해 기업 대출이 진행된다. 기업인이 온라인상에서 대출을 신청하거나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전무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출 업무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됐다. 대출 신청 기업으로서도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했다.
수은은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앞서 중소기업,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대출에 디지털 서비스를 먼저 도입한다. 장기적으로 대규모 대출 업무에서도 비대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수출입은행은 DT 전략을 수립한 뒤 연말께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할 사업자를 공모한다는 방침이다. 내년 말에는 새 시스템을 완성, 전면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전면 도입에 앞서 내년 중 시범 비대면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수은 관계자는 “기업 대출 업무 특성상 100% 비대면 시스템을 도입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상당부분 비대면 절차를 도입해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내년 중반부터 도입 가능한 영역을 중심으로 새 시스템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수은은 올 들어 그룹웨어를 일신, '디지털워크플레이스'를 전사 도입했다. 차세대 데이터센터 건립에도 착수한 상황이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