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개봉하는 영화 '시크릿 가든'은 1909년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이 발표한 소설 '비밀의 화원'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영화이다. 올해로 출간 110주년을 맞이하는 '비밀의 화원'을 기념하고자 하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어린 시절 한 번쯤은 읽어봤을 법한 소설 '비밀의 화원'은 10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만큼 종전에도 영화화되었던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세계적인 스테디셀러이자 모든 연령을 아우를 수 있는 소설로 호평을 받아왔던 대작인 만큼 기념비 적인 작품이 될 영화 '시크릿 가든'에 대중들의 기대가 컸다.
거기에 다수의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인기가 높은 배우 '콜린 퍼스'가 출연한다는 소식에 영화 '시크릿 가든'을 손꼽아 기다려왔던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콜린 퍼스'를 보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라면 조심스러운 만류를 해본다.
영화 '시크릿 가든'에서 배우 콜린 퍼스는 주인공 '메리'를 연기하는 딕시 에저릭스의 극 중 이모부 '아치볼드'를 연기했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빠져 폐인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캐릭터이기에 우리가 기억하는 단정하고 매너 있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콜린 퍼스'의 영국 신사 다운 멋진 모습을 기대하고 영화 '시크릿 가든'을 보게 된다면 러닝타임 내내 화가 잔뜩 나있고 무심한 태도를 보이는 '아치볼드'의 모습에 실망감을 감추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에서까지도 멋짐보다는 초췌하고 힘에 겨운 가장의 모습으로 비치니 말이다.
쉽게는 작년 2월에 개봉했던 영화 '메리 포핀스 리턴즈' 속 콜린 퍼스를 떠올려 본다면 이해가 빠르지 않을까 한다. 해당 영화에서 뱅크스 가의 채무를 독촉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악역을 맡았던 콜린 퍼스이지만 당시에는 멋들어진 슈트 차림의 모습을 보이기는 하였기에 언급이 조심스럽기는 하다.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콜린 퍼스'를 기대하며 영화 '시크릿 가든'을 보겠다면 추천하지 않는다. 그러나 영화 '시크릿 가든'에서의 콜린 퍼스는 약방의 감초와 같은 격일뿐 영화를 보아야 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극을 이끌어가는 아역 배우들의 놀라운 연기력과 CG임에 분명함에도 힐링의 느낌을 가지게 하는 아름다운 영상미이다.
주인공 '메리 레녹스'역을 맡은 딕시 에저릭스는 2005년생으로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중학교 3학년인 셈이고 '디콘'역을 맡은 아미르 윌슨은 2004년생, 그리고 콜린 퍼스의 아들 역을 맡은 이단 헤이허스트는 더 어린 나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화 '시크릿 가든'은 이 아이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한꺼번에 부모를 잃고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성장하는 딕시 에저릭스의 표정과 감정선 연기에 감탄했고 몸을 사리지 않는 배우다움에 마음속으로 손뼉을 쳤다.
'메리'에게 세상을 바로 볼 수 있는 경험치를 가지게 하는 '디콘' 역을 맡은 아미르 윌슨 역시 능청스럽고 사실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성인 배우 이상의 몫을 톡톡히 해내었다고 본다. 몸이 약해 걸을 수 없는 콘셉트의 '콜린' 역을 맡은 이단 헤이허스트 또한 병약미 넘치면서도 호기심 가득한 극단적인 캐릭터를 잘 소화해 내었다.
앞서 언급했던 콜린 퍼스만큼이나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배우 줄리 월터스 역시도 영화 '시크릿 가든'의 주연으로 출연하지만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빛나게 하는 배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니 나이 어린 배우들의 활약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는 것이 무색할 것 같다.
'메리'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인도의 환상적인 풍광과 영국의 대저택 미슬스웨이트의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 그리고 방치되고 폐쇄되어 있던 화원의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운 모습을 넘나드는 영화 '시크릿 가든'은 컴퓨터 그래픽을 통해 재현된 소설 속의 이미지들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아역 배우들의 동선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스크린 속 오브제들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치 배경까지도 연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할 정도로 살아 숨 쉬는 듯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영상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110년 전 발표된 소설의 줄거리를 영화화 한 것이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대중들에게는 스토리적인 면에서 빈약하다 느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가능성 넘치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와 고혹적인 CG영상을 감상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그 옛날 소설이 이렇게 감각적이고 아름답게 재탄생 했다는 점에서 충분한 만족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은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순수한 동심으로 상상만 했던 것들이 발전된 기술로 인해 눈앞에 실현되어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되었음에 감사함을 느꼈다. 거기에 영화 '시크릿 가든'에 출연한 세 명의 아역 배우가 향후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에 대한 설렘이 무척이나 크게 느껴지는 그러한 작품이다.
전자신문인터넷 K-컬처팀 오세정 기자 (tweet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