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산 IT·벤처협회 통합의 길로

[기자수첩] 부산 IT·벤처협회 통합의 길로

급물살을 타고 있던 부산정보기술협회(PIPA)와 부산벤처기업협회(BUVA) 통합 작업이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양 회장 간에 여러 차례 만나 통합의 필요성을 확인했지만 더 이상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외부 요인은 국내 벤처업계 최대 행사인 벤처 썸머 포럼 취소다. 벤처기업협회(KOVA)가 주최하는 '벤처 썸머 포럼'은 그동안 제주에서 줄곧 열리다 올해 20회 행사는 지난해 여수에 이어 이달 26일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기업과 유관 기관이 모두 모여 벤처업계의 협력과 발전을 도모하는 행사로, 성공 개최를 위해 지역 벤처업계의 참여와 협력이 중요했다. PIPA는 KOVA 부산지회를 맡고 있고, BUVA는 독자적으로 활동해 온 지역 벤처협회다.

양 협회장 주도로 이번에 통합을 이루자고 나섰고, 중소벤처기업부·부산중소벤처기업청·부산시·KOVA는 이를 독려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벤처 썸머 포럼이 취소되면서 가장 큰 통합 동력이 사라졌다.

외부 요인과 함께 통합에 속도를 내지 못한 내부 요인으로는 통합 회장 자리, 사무국 위치, 회비 및 회계 문제 등 통합 세부 절차에 대한 입장 차를 들 수 있다. 이견은 주로 양 협회 활동에 입김이 센 역대 회장단과 이사진, 사무국에서 나온다.

양 협회 회장은 대등한 관계에서 조건 없이 과감하게 양보해서 통합을 이루자고 협의했지만 각 협회로 돌아가면 다양한 이견에 부닥쳤다.

PIPA 내부는 벤처협회 IT분과 정도로 위상 하락을 우려했고, 현 회장의 독선적 행보라는 지적도 나왔다. BUVA 내부는 협회 규모, 통합 회장 자리, 사무국 입지 등을 놓고 대등한 통합 과정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모든 산업에서 융합은 대세다. 정보기술(IT)과 벤처의 경계가 사라진 지도 오래다. 통합 협회장은 누가 먼저 맡고, 명칭은 어떻게 만들며, 사무국은 어디에 두느냐 등 세부 사안이 지역 IT·벤처업계 발전이라는 통합 명분에 걸림돌로 작용하면 안 된다.

통합 부산IT벤처협회(가칭) 주도로 내년 부산 벤처 썸머 포럼을 역대 가장 성공한 행사로 만들길 기대한다.

부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