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가칭)가 내년 기초과학연구원(IBS)에 설립된다. 기초·원천 연구를 전담하는 IBS와 바이러스기초연구소 설립 취지가 가장 잘 부합한다는 판단이다.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 부처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의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이하 바이러스연) 설립 방안을 확정했다.
IBS는 지난 2011년 설립된 기초과학 전문 연구기관이다. 노벨상 수상자 배출 등 도전적 목표를 두고 출범했다. 올해 1월 기준 30개 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연구단은 10년 등 한시 운영된다. 바이러스연은 연구 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기 위해 연구단이 아닌 별도 연구소로 설립하는 방안을 택했다.
다만 연구소 장소는 확정하지 않았다. IBS 내 연구소를 신축하기보다 국내 70여개 생물안전3등급(BL3) 연구소 활용 방안을 유력안으로 놓고 논의를 이어 가고 있다.
과기계 관계자는 19일 “정부가 바이러스연 설립 초기부터 기존 BL3급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왔다”면서 “연구에 필요한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면 반드시 IBS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이 과기정통부 입장으로, 한국화학연구원·한국생명공학연구원·파스퇴르연구소 등 인프라와 관련 연구 역량을 최대한 결집하는 형태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기재부,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초 정부 예산안 국회 송부 시기에 맞춰 예산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출범은 채용 등 제반 절차가 마무리되는 내년도 2, 3분기께가 유력하다.
과기정통부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바이러스 기초 연구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바이러스연 설립을 추진해 왔다. 장기적 기초 연구를 통해 신·변종 바이러스 출현 예측과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바이러스연을 통해 세계 수준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의 협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애초 출연연인 생명공학연의 부설기관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비롯해 신종바이러스융합연구단(CEVI 융합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화학연을 활용하는 방안 등 다수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 왔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가 출연연 수, 정원 확대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대안으로 IBS가 떠올랐다. 과기정통부는 기초 연구라는 설립 취지에 부합하고 예산, 설립 속도 측면에서 IBS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또 다른 과기계 관계자는 “바이러스연을 IBS 내에 설립한다는 안이 유력했다가 다시 배제되는 등 논의 내용이 몇 차례 바뀐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기초 연구라는 명분이 크게 작용하면서 IBS가 최종 낙점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코로나 확산 맞물려 설립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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