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례없는 장마와 엄청난 폭우는 우리나라 전 지역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8000여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40여명의 소중한 인명을 앗아갔다. 전남 구례군과 곡성군은 유사 이래 처음으로 읍내가 침수되는 피해를 봤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다. 폭우로 인해 중국은 500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일본은 규슈 지역에서만 80여명이 숨졌다. 유럽에서는 65년 만의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등 이상기온이 지구와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화석연료가 연소되면서 발생한 온실가스로 말미암아 발생한다.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산업화 이후로 지구 평균기온이 1도 올랐다”고 밝혔다. 여기서 0.5도가 더 오른 1.5도가 마지노선이다. 이 임계치를 넘으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발생한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신재생에너지의 개발 과제는 향후 인류의 존망과 직결되는 숙명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세계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발표에 따르면 10년 전보다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2배 이상 늘었다.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에서 괄목 성장을 보인 것은 해상풍력이다. 해상풍력발전은 높은 효율과 친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해상풍력 발전설비의 연간 투자 규모는 319억달러였지만 올해는 상반기에만 350억달러에 이른다고 한다. 에너지 전환시대의 총아로 불릴 만하다.
우리가 해상풍력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전·후방 산업 연관 효과가 굉장하다. 5만여개 부품이 필요하고, 첨단기술 발전을 견인한다. 거기다 전기뿐만 아니라 수소·산소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즉 전기 생산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망 산업, 수소 생산은 이차전지·수소차 등 수소연료산업, 산소 생산은 수산양식장에 적조 퇴치 수단이 되는 등 일석삼조 친환경 산업인 것이다.
둘째는 고용 창출이다. 해상풍력발전은 전·후방 산업과 동반성장하는 만큼 대규모 고용 창출이 가능하다. 세계풍력발전협의회(GWEC)에 따르면 1GW 발전단지 구축 시 1만4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전남도가 추진하고 있는 신안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가 구축되면 직간접으로 12만여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셋째 글로벌 시장 수요가 막대하다. 해상풍력은 말 그대로 무한하며, 공간 제약에서도 대체로 자유롭다. 설비 이용률도 높고 수산업과의 공존도 가능하다. 대규모 단지는 관광지로 각광받기도 한다. 게다가 세계 풍력시장은 이제 초기 단계로, 향후 지속 성장이 예상된다.
전남을 비롯한 서남해안 지역은 얕은 수심, 안정된 풍향, 적절한 풍속 등 양질의 풍질 등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매우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 그러나 영국이 현재 9.7GW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는 데 반해 이에 못지않은 자연 조건을 갖춘 우리나라는 고작 0.13GW 발전에 그치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 정부가 기후변화 극복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그린뉴딜'을 발표하고 그 첫 번째 과제로 지난달 17일 해상풍력 발전 방안을 제시한 것은 늦었지만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해상풍력은 장점이 많은 반면에 다수의 이해관계자, 복잡한 법령과 제도,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되는 복잡한 프로젝트다.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방안 발표 시 정부 주도의 입지 발굴 및 인허가 간소화, 주민 수용성과 환경성 강화, 대규모 프로젝트 연계 산업경쟁력 강화를 제시한 것은 사업 추진에 큰 힘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해상풍력을 주류 에너지원으로 인식하고 이에 맞춰 정부지원 체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송전선로 구축 등 계통 연계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현행 규정상 계통 연계 책임은 해상풍력 발전사업자가 온전히 부담토록 하고 있지만 한국전력공사의 전력망은 해상풍력 상황을 고려치 않고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먼 바다에서 발전이 이뤄지는 해상풍력 특성상 막대한 계통 연계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규모 집적화단지의 경우는 일정부분 국가가 지원하거나 독일, 영국 등 해상풍력 선진국처럼 송전사업자가 계통 연계를 책임지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주민 수용성 확보를 위한 지원 확대도 요구된다. 최근 '발전소 주변 지역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발전 주변 지역에 대한 특별지원금 범위가 대폭 확대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40㎞를 한도로 하고, 16㎞ 초과 시 지급률이 체감돼 신안 해상풍력의 경우 실제 지급률은 24%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은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다양한 연근해 어업에 종사하는 수산인과도 공존해야 하기 때문에 특별지원금이 100% 지급되도록 거리 제한을 대폭 완화해야 한다.
정부는 에너지개발구역 지정과 지원부두·배후단지 등 인프라 조성, 터빈·부품 개발, 대규모 단지 설계, 인력 양성에도 더욱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돌이킬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그린뉴딜 핵심인 해상풍력발전의 성공 추진은 물론 산업 생태계를 탄탄하게 구축함으로써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등과 함께 새로운 국가 성장 동력으로 K-풍력의 바람이 세계 속에 널리 퍼져 나가길 바란다.

윤병태 전남도 정무부지사 y0825@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