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해성 덜한 전자담배가 '공공의 적'인가

[기자수첩]유해성 덜한 전자담배가 '공공의 적'인가

'담배는 백해무익'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담배가 건강에 나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기술 발전에 따라 수소와 전기를 이용한 친환경 자동차로 변모했다. 전자제품에서도 유해 논란이 일자 전자파 차단 및 저감 기술이 개발됐다.

담배도 마찬가지다. 기술 발전에 따라 궐련형과 액상형 등 다양한 형태의 신제품이 나왔다. 전자담배는 일반 궐련 담배에 비해 유해성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기적으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살펴봐야겠지만 단기 임상에서는 긍정적인 결과가 상당수 도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진행한 액상 성분 분석 결과에서도 일부 제품에서 미국에서 중증 폐질환 발생의 원인으로 알려진 '비타민e아세테이트'가 극소량 검출됐다. 그러나 제품 대부분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식약처는 상반기 발표 예정의 인체 유해성 분석 결과 발표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유해성 분석 결과가 나오지 않았음에도 정부는 액상형 전자담배에 부과하는 세금을 두 배로 인상했다. '조세 형평성'이라는 모호한 명분을 내세웠다.

위해 저감 정책은 영국, 미국, 뉴질랜드 등 선진국이 시행하고 있다. 핵심은 덜 유해한 제품 사용으로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줄여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유해성 여부와 무관하게 세금 인상을 통한 소비 축소에만 몰입한다.

실제로 21대 국회 개원 이후 담배 사업에 직간접 규제를 가하는 내용을 담은 개정법률안이 계속해서 발의되고 있다. △담배 정의 확대 △담배 판매와 판촉 행사 금지 △담배소매점 내 담배 진열 금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가장 큰 변수는 세금이다. 급격한 세율 인상은 유해성이 더 높은 일반 궐련담배 사용자를 늘리고 음성적인 전자담배 시장을 키울 공산이 높다. 전자담배를 생업으로 하는 소상공인이 위기에 내몰리는 점도 있다.

이보다 앞서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을 대폭 인상한 바 있다. 그러나 사용자 이탈로 인한 세수 확보에 실패하고 궐련담배 사용자 증가, 음성시장 확대 등 부작용을 경험한 후 다시 세율을 낮춘 전례가 있다.

정부는 다양한 사례를 감안, 형평성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세금으로만 모든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주현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