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우주 선진국들은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고성능 우주발사체 엔진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러시아 차세대 앙가라 우주발사체의 RD-191 엔진, 중국 화성탐사선을 싣고 간 창정 5호 우주발사체의 YF-100 엔진 등은 모두 고성능 엔진이다. 여기에 미국의 민간 기업 스페이스X와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블루오리진 역시 고성능 엔진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스페이스X 팰컨9 우주발사체는 국제우주정거장으로 유인우주선인 크루드래곤을 보냈다가 최근 다시 지구로 귀환시키는 임무에 성공했다. 스페이스X는 화성 이주를 위해 재사용이 가능한 초대형 우주발사체 스타십을 개발하고 있다. 스타십에 사용되는 엔진 랩터는 2013년부터 개발을 시작, 추력이 무려 200톤급에 달하는 고추력 엔진이다. 기존 팔콘9의 멀린 엔진보다 압력이 3배 높고 추력은 2배 큰 고성능 엔진이다.
민간 우주기업인 블루오리진도 2011년부터 추력 240톤급 고성능 엔진인 BE-4를 개발해 오고 있다. BE-4는 100회 재사용을 목표로 위성 발사, 우주자원 및 탐사를 위한 뉴글렌 발사체와 벌컨 발사체에 사용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나로호 우주발사체를 개발하면서 선행연구로 30톤급 액체엔진 기술을 개발한 데 이어 지난 2018년에는 독자 개발한 75톤급 액체엔진으로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한 바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세계 8번째로 우주발사체 엔진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그러나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누리호 75톤급 액체엔진 기술을 토대로 고성능의 엔진을 개발해 나가야 한다. 앞서 언급한 우주선진국들의 발사체 엔진들이 모두 '다단연소사이클'이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것처럼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개발도 가속해야 한다.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은 터빈 구동가스를 연소기로 보내 재연소시켜 효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압력이 높을수록 효율이 높고 추력 대비 무게를 줄일 수 있다.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은 다단연소, 즉 재연소로 손실 없이 압력을 높일 수 있어 가볍고 성능이 좋은 발사체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압력과 효율이 높은 만큼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함과 동시에 더 극한의 환경에서 작동한다. 산화제나 연료 혼합비가 높은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작은 반응에도 폭발할 가능성도 크다. 미국, 러시아, 중국, 우크라이나 등 우주발사체 선진국들만이 이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도 누리호 개발과 병행해 다단연소사이클 방식의 추력 9톤급 액체로켓엔진 선행 연구를 해오고 있다. 2016년부터 현재까지 단일 최장 600초 연소시험 등 60회 이상의 시험을 완료했고 엔진 추력을 40%까지 낮출 수 있어 다양한 활용 가능성도 확인했다. 향후 3회 이상 재점화 기술도 연구 해 나갈 예정이다. 누리호 이후 개발될 우주발사체에 9톤급 다단연소사이클 엔진이 적용되면 탑재 위성 무게를 1.5톤에서 2.7톤까지 늘리고, 2기 이상의 위성을 여러 궤도에 투입하고, 달탐사선 발사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고성능 다단연소사이클 엔진 기술을 적용한 재사용 가능 대형발사체용 엔진을 개발, 우주 선진국들이 주도하는 위성발사, 우주탐사 및 우주자원 활용 등 분야에 우리나라가 진입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발사체 개발만큼이나 고성능의 엔진 개발에도 상당한 축적의 시간과 지속적인 연구가 중요하다. 나로호 개발 당시 30톤급 액체엔진 선행개발이 누리호 75톤급 엔진을 독자 기술로 개발해내는 디딤돌이 되었던 것처럼 고성능 우주발사체 엔진 개발 연구는 앞선 안목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중요하다.
한영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엔진시험평가팀장 ymhan@ka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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