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시뮬레이션으로 산업 트렌드를 읽다

장천수 앤시스코리아 전무
장천수 앤시스코리아 전무

'시뮬레이션'은 무엇일까? 모의실험을 의미하는 시뮬레이션은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요 기술 중 하나이자 미래 먹거리로 자주 언급된다. 그러나 시뮬레이션의 실체나 중요성을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시뮬레이션 용도와 이를 활용하는 산업군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제대로 이해하면 현재 제조업의 기술 동향을 모두 읽을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한국의 기간산업인 자동차, 전자, 조선, 항공 등 전통 제조업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현재 가장 산업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자율주행, 5G, 사물인터넷(IoT), 전기화, 디지털 트윈 등 새로운 미래 먹거리로 부상하는 제조업의 메가트렌드 산업군에서 적극 시뮬레이션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제품의 정교함, 복잡성, 안전성 모두를 잃지 말아야 하는 자율주행에서 시뮬레이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자율주행 차량이 안전하게 제대로 주행하는지 정확한 검증을 위해서는 128억㎞라는 어마어마한 거리에 대한 평가를 수행해야 하는데 이러한 거리를 실제로 물리적 시간을 소요해 평가, 검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바로 이를 위해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현재 자율주행은 시뮬레이션 과정을 통해 차량 기능과 안전성, 효율 면에서 지속 개선이라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제조업에서 시뮬레이션은 시제품을 만들거나 설계를 검증하는 등 일부 제품개발 과정에서만 사용되곤 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르다. 특정 제품 개발 과정에서만 시뮬레이션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 단계에서부터 설계, 시제품, 제품 출시는 물론 유지와 보수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시뮬레이션이 사용된다. 전자, 기계, 유동, 시스템 공학 등 다양한 물리적 현상과 작용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는 멀티피직스 시뮬레이션을 사용하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스펙이 예전보다 높아진 제품 제조뿐 아니라 사용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실제 물리적 상호 작용을 분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뮬레이션이 대중화되고 널리 사용되면서 기존 제조업을 넘어서 사용처가 대폭 확대되고 있다. 시제품 기반의 물리적 검증 및 평가를 실제적으로 진행하기 불가능한 새로운 산업군으로도 사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시뮬레이션이 그동안에 쓰이지 않았던 산업군이더라도 물리적 테스트가 어려운 분야의 새로운 검증 방법으로 시뮬레이션이 대체돼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헬스케어에서 인체 테스트가 불가능한 약물의 인체 내 주입 이후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라든가 용광로 등 극도의 고온에서 물질 상태 변화를 알아보는 등에도 시뮬레이션이 쓰이고 있다.

기업은 앞서 소개한 시뮬레이션 활용을 통해 최고 수준의 수익 성장을 실현하는 동시에 제품 개발기간 단축,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더 빠른 혁신과 설계 아이디어의 손쉬운 검증, 생산주기 개선도 가능해진다. 부족한 연구개발(R&D) 예산 내에서 더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용이 많이 드는 물리적 테스트를 줄이거나 없애고, 다양한 아이디어 및 설계 사양을 적은 비용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뮬레이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엔지니어가 연구소에서 제품을 물리적으로 테스트할 수 없는 경우에도 시뮬레이션은 매우 유용하다.

시뮬레이션을 위해서는 고성능 컴퓨팅 리소스가 필요하지만 클라우드를 이용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지면서 사용자 환경 또는 사내외 클라우드에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 현 상황에 적합한 라이선스 옵션을 활용해 자택에서도 얼마든지 시뮬레이션 관련 업무를 할 수 있다. 시뮬레이션은 코로나19 이후 시대 산업에서 매우 적합한 도구라고 재평가되고 있다.

장천수 앤시스코리아 전무 Cheonsoo.jang@ans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