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700㎒ 대역, 반면교사

박지성기자
박지성기자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2022년 농어촌 등 교외지역에서 5G 로밍을 활용해 이동통신기지국을 공동 이용한다. 이동통신 역사상 유례없던 협력 사례지만 '고육지책'이다.

교외지역 5G 커버리지 부족으로 인한 사회적 비판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협력을 이끌었다.

이통사 협력 배경에는 3.5㎓ 대역 주파수 특성이 상당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3.5㎓는 회절성(장애물을 피해나가는 성질)이 부족해 롱텀에벌루션(LTE)에 비해 2~3배 많은 기지국이 필요하다. 이통사는 3.5㎓ 대역에서 커버리지가 예상에 못 미쳤다는 목소리다. 2022년까지 이통3사가 25조원을 5G 망 구축에 투자해도 LTE 정도의 커버리지를 확보 가능할 지 회의적이라고 털어놨다.

이통사 넋두리를 듣고, 문득 700㎒ 대역 주파수가 떠올랐다.

700㎒ 대역은 차세대 5G 황금 주파수로 부상했다. 3.4㎓ 대역을 세계 최초로 경매했던 영국은 지상파방송사가 사용하던 700㎒ 대역을 2014년부터 정비해 5G 용도로 추가공급을 확정했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주요국가도 700㎒ 대역 5G 용도 분배에 속도를 내고 있다. 3.5㎓ 등 대역으로는 전국망 구축이 어렵다는 우리나라와 동일한 고민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2014년 국회가 700㎒ 대역을 △통합공공망 △지상파 UHD △이동통신용으로 3등분했고, 통합공공망을 제외하면 제대로 사용되지 않은 채 '계륵' 신세가 됐다.

지상파방송사는 '700㎒ 국민행복플랜'을 통해 700㎒ 대역에 2027년까지 총 6조7902억원을 투자해 국가적인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내겠다고 자신했지만, 경영난으로 잊혀진 약속이 됐다. 이통사 대상 경매는 주파수 간섭에 대한 우려로 유찰됐다. 기술과 산업효과를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논리가 국가 자원 활용도를 결정했고, 수조원에 이르는 경제가치 낭비를 초래했다. 참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와 정부는 당시 의사결정 과정을 복기해 누가, 어떤 오류를 범했는지 분석해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국가 자원 낭비가 없도록 책임 있는 주체를 모아놓고 자원 활용 방안을 다시 짜는 길 만이 참사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