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함께 산업계 전반이 격변의 시기를 거치고 있다. 소유에서 공유로 변하는 시장 경제 패러다임과 이에 따른 소비자 인식 변화, 개별 교통수단의 실시간 정보를 통합·산출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도시 과밀화로 발생하는 교통 체증문제 해결 필요성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 이동수단을 단일 디지털 플랫폼에서 검색, 예약, 결제하고 대기시간 없이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이용하는 개인별 맞춤형 이동 서비스인 MaaS(Mobility As a Service)가 미래 교통 생활에 파괴적 혁신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KPMG의 모빌리티 2030 '모빌리티 풍경 전환' 보고서에 따르면 자율주행차(AV)에서 구독차 서비스, 자전거 공유까지 글로벌 모빌리티 생태계는 2030년까지 1조달러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MaaS는 여러 형태의 교통 서비스를 언제든지 접근 가능한 단일이동 플랫폼으로 통합하는 동시에 도시 거주자들이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까지 이동하는 방식에 혁신을 가져오고 있다.
세계는 교통수단을 매달 신문이나 넷플릭스처럼 구독료만 내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미국, 스웨덴, 독일, 일본 등도 대중교통, 자가용, 렌터카, 자전거 등을 묶어 이동수단을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MaaS 도입에 최적인 곳도 따로 없다. 적어도 교통 인프라 측면에선 그렇다.
가령 버스나 지하철 이용 시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도착정보 등을 통해 대중교통의 도착 예정시간을 미리 알고 기다릴 수 있다. 또 서울시는 공유 자전거 서비스 '따릉이'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 3만대에서 올해 4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쏘카, 그린카 등 카셰어링 서비스와 카카오 택시와 같은 온·오프라인연계(O2O) 서비스 이용자도 더욱 늘고 있다. 교통인프라는 이미 갖춰져 가고 있다.
MaaS를 제대로 실현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벽이 많다. 서비스·기술·인프라별로 세밀한 로드맵 수립이 요구된다. 특히 MaaS 특성상 통합 결제가 필요한데 이를 산정하는 게 녹록치 않다.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지하철, 버스부터 민간이 운영하는 카셰어링 등 공유교통수단까지 하나의 플랫폼으로 통합했을 때 새로운 요금 산정 방안을 정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시간·거리·지역 등 요금을 결정짓는 기준에 대해서도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하다. 아직까지 지하철·버스의 대중교통과 기타 타 교통수단 결합된 서비스가 없는 이유가 그것일 것이다.
새로운 교통서비스 혁신과 관련한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 새로운 교통 서비스 도입이 전적으로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경우 서비스 산업의 성장, 국가 또는 국민 전체에 미치는 영향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정부 개입은 서비스를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유도하고, 이른바 '그레이 존'이라 불리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전담조직을 마련하고 서비스 관계자, 전문가, 시민단체 등 민간과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정부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정부의 개입 방향 및 개입내용을 구체화하며, 민간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면서 필요시 정부의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교통 인프라는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기에, 서비스에 대한 충분한 민·관 합의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한국형 Maas가 탄생하기를 기대한다.
유승모 엠큐닉 대표이사 smyoo@mqnic.com
-
김현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