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임단협 올해도 가시밭길...노조 "줄 건 주고 끝내자"

“줄 건 주고 속전속결로 끝내자.”

현대차 노조는 지난 21일 내부 소식지를 통해 이렇게 주장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이 코로나19로 다른 해보다 서너 달 늦게 시작됐다. 올해 임금을 동결하고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쌍용차를 제외한 나머지 4사 노조는 코로나19 여파로 회사 경영 상황 악화에도 여전히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올해도 가시밭길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위한 3차 교섭을 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가 올해 임단협을 위한 3차 교섭을 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지난 19일 처음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협상은 그동안 5월 전후 상견례를 했던 것과 비교해 석 달 가까이 미뤄졌다. 올해 현대차 교섭의 화두 역시 임금 인상이다.

현대차 노조는 추석 전 타결을 목표로 속도감 있는 교섭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올 상반기 내부 소식지를 통해 수차례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강조하며 고용과 생존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면서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조가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실제 교섭에서 현대차 노조는 전년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지난해 당기순이익(3조1856억원)의 30%를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안을 확정했다. 국내 생산 규모를 유지하고 정년 퇴직자를 다시 고용하는 시니어 촉탁제도 등도 내놓았다.

기아차 임단협 분위기 역시 심상치 않다. 오는 27일 상견례를 갖는 기아차 노사는 올해 임단협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은 최근 통상임금 최종 패소로 3000명에게 추가 임금은 약 500억원을 줘야할 판이다.

여기에 기아차 노조는 올해 요구안으로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성과급 20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했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이 어려워진데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을 고려하면 사측이 노조 요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한국지엠 노사 협상도 난항이다. 노조는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의 400%와 600만원 지급, 자산 매각 시 별도 협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는 새 집행부가 들어선 첫해여서 노조가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르노삼성차 노사는 지난달 임단협 협상을 시작해 실무교섭을 하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XM3 출시 성공 격려금 등 700만원 일시 지급 등을 요구했다. 일부 조합원들은 지난 2년간 임금 동결로 올해는 제대로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경영난에 처한 쌍용차는 지난 4월 자동차 업계 중 가장 먼저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최근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노사가 힘을 모은 것이다. 쌍용차는 최근 11년 연속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하는 기록도 세웠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각 업체가 수출 물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해마다 반복되는 임금 인상 요구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면서 “고용 안정을 최우선으로 노사가 힘을 모아 상생의 길을 찾아야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