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화점·대형마트, 코로나 손실보상 청구 포기…“소상공인 구제 우선”

코로나 방역 탓 연쇄 휴점 여파
신세계·롯데·현대 등 대형 유통사
직간접 매출 피해액 수천억대에도
"한정된 예산 자영업자 지원 시급"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 휴점했던 이마트 군산점이 영업재개를 앞두고 청소와 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임시 휴점했던 이마트 군산점이 영업재개를 앞두고 청소와 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코로나19 확진자 방문으로 영업 피해를 입은 유통 대기업들이 손실보상 청구를 포기한다. 방역당국으로부터 폐쇄나 영업중단 조치를 받은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경우 관련법에 따라 손실에 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지만, 한정된 예산 내 더 많은 소상공인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이 같이 결정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과 대형마트(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방역조치에 따른 임시폐쇄 명령으로 발생한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을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청구 서류를 접수하지 않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지난달부터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보상 내역을 접수받고 있다. 대상은 당국의 폐쇄·업무정지·소독 조치를 따른 의료기관과 약국, 일반 사업장 등이다. 중수본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손실보상 규정을 적용해 방역조치를 받은 백화점과 마트 등 대규모점포도 보상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각 지자체는 권역 내 해당되는 점포에 한해 소독명령 이행에 쓴 비용과 방역조치(임시폐쇄) 기간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 청구 서류를 접수할 것을 순차 안내 중이다. 실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직격탄을 맞았다. 확진자 방문에 따른 연쇄 휴점과 방역조치로 인한 직간접적 매출 피해액만 수천억 원대에 이른다.

롯데백화점은 상반기에만 19개점이 임시휴점했고 이마트는 약 30개 점포가, 홈플러스는 23개 점포가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았다. 백화점은 지점당 일평균 매출이 20억~30억원 수준이며, 마트도 규모에 따라 4억~5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방역조치를 위해 사흘씩 휴점했던 것을 고려하면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는 실적 쇼크로 이어졌다. 롯데쇼핑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82% 줄었다. 이마트도 97% 급감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2분기에만 줄줄이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대형 유통사 모두 상반기 방역조치로 인한 영업 손실액에 대해서는 보상 청구를 하지 않기로 내부 결론을 내렸다. 한정된 예산이 보다 어려운 곳에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실보상 청구 안내문
중앙사고수습본부 손실보상 청구 안내문

정부가 이번 손실보상금 지급을 위해 확보한 자금은 추가경정예산을 포함해 총 7000억원 규모다. 해당 국비 지원은 의료기관과 약국, 사회복지시설, 소상공인 등에 집중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우리도 상황이 어렵지만 더 절박한 위기에 놓인 자영업자와 의료기관, 협력사 지원이 더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면서 “제한된 예산 내 더 많은 상인들이 보상 혜택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입점 임대업체의 손실보상 청구에 대해서는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미용실과 세탁소 등 대형마트 내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임대매장 상당수가 점포 임시폐쇄 동안 장사를 하지 못해 매출 피해를 입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영업 손실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 보상을 청구할 계획은 없지만, 만약 입점업체가 보상 청구를 원할 경우 적극 협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역시 “입점 협력사들이 손실을 보전 받을 수 있도록 보상 청구 절차를 안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하반기 손실에 대한 보상 청구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며 신중한 입장이다. 이번 보상 심의 대상은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다. 최근 코로나 재확산으로 하반기 피해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섣불리 하반기 손실보상 청구 여부를 예단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이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이번 건에 대해서는 보상을 청구하지 않기로 결정했지만 앞으로 발생할 피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