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마이데이터 사업과 언더뱅크드(Under-Banked)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imhokang@hanyang.ac.kr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imhokang@hanyang.ac.kr

동남아시아의 거대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그랩은 공유 모빌리티에서 시작해 금융과 유통 등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랩 성공 요인으로 지역밀착영업, 동남아시아 현지에 적합한 이동수단 제공, 탁월한 마케팅 역량 등 여러 가지가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그랩이 사업과정에서 확보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합해 플랫폼 이용자에게 적합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시한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그랩이 진출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국민 대다수가 언더뱅크드(저신용자 혹은 신용도평가를 할 수 없는 사람들)로 분류될 정도로 금융시스템이 확고히 자리잡지 못했다.

은행계좌를 만들기도 대출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나 플랫폼 이용자들인 공유차량 운전자나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기존 금융권 거래가 없더라도 그랩의 보유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를 통해 계좌도 개설하고 대출도 받고 보험에도 가입하고 있다.

이 대다수는 은행거래를 할 수 없는 언더뱅크드가 포함된다. 그랩은 이 운전자들의 매출, 고객만족도, 성실도, 인출 이력 등 그랩을 통해 발생하는 다양한 정보를 결합하고 분석해 이들에 대한 신용도 평가를 다시 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에서는 활용할 수 없었던 이른바 비금융정보(대안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재평가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비금융데이터를 활용해 금융소외층을 금융수혜자로 변신시킨 모범 사례라고 평가할 수 있다.

기존 금융권이 독점하던 금융 영역을 확대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 수혜자는 증가하고 기업도 성장해 사회 전체 효익이 증가했다.

데이터 3법 개정으로 한국에서도 금융데이터와 비금융데이터의 결합, 활용, 제공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졌다. 카카오나 네이버, 토스와 같은 거대 빅테크 기업뿐 아니라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사가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선정되면 저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예를 들면, 소비자에게 더 최적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든지, 맞춤형 주식 종목을 추천할 수 있다는 게 그것이다. 또 고객 보험가입정보를 분석해 필요한 보험상품을 소개한다든지, 자산가들에게 더 효율 있고 수익성 높은 자산관리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마이데이터 산업이 가지고 올 변화만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이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해 기업의 마케팅 효율화, 고객 확보, 자산관리서비스 등이 주목받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랩이 언더뱅크드를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한 것처럼 우리 사회 언더뱅크드가 금융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고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금융거래정보가 부족한 사회초년생, 주부, 대학생 혹은 일정한 수익이 없는 자영업자, 일용직 노동자, 신용회복이나 개인회생 등으로 금융시스템에서 배제된 계층, 즉 현재 신용평가시스템에서는 금융에 접근하기 힘든 사람들도 마이데이터 산업을 통한 수혜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서민금융 확대를 위해 기존 신용평가에 더해 각종 데이터를 결합한다면 더 정교하고 긍정적인 신용도 평가가 가능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금융거래가 부족한 계층 역시도 금융시스템을 이용할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 금융시스템에서 상대적으로 열위에 있는 이들이 정책적으로 배려받을 수 있도록 진정한 포용금융, 서민금융을 챙겨야 한다.

강임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imhokang@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