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정부 승인에도 불구하고 월성 원전 맥스터를 아직 착공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에서 맥스터 증설 공론조사 표본을 문제 삼는 등 정치 쟁점화하고 있는 탓이다. 향후 다른 지역에도 임시 저장시설을 지어야 하는 상황에서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이 공전할 위기에 처했다.
26일 한수원과 경주시 양남면에 따르면 한수원은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에 착공하지 못했다. 한수원은 지난 21일 월성 원전 맥스터 공작물 축조신고를 했지만, 경주시 양남면에서 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았다.
경주시 양남면 관계자는 “공작물 축조신고서를 접수했지만 경주시 다른 부서와 협의하고 있다”면서 “통상 공작물 축조신고 수리까지 1~2주 걸리는데 정확한 수리 날짜는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은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 공론조사 표본과 설문조사 방법 등을 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원전 시설 증설처럼 찬반이 첨예한 사안에서 81.4%라는 수치는 선뜻 믿기 어렵다”면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처럼 찬반비율을 고려해 시민참여단을 뽑은 다음 논의의 숙의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더 타당한 공론화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도 “재검토위는 3000명 찬반 분포만 공개하지 말고, 한국능률협회 계약서, 조사기간, 조사리스트(표본틀) 등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검토위는 26일 온라인 설명회를 열고 공론조사 표본 선정과정을 공개하고, 정치권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윤석 재검토위 대변인은 "경주지역 전체의 찬반비율을 알 수 없으므로 찬반비율을 적용해 표본을 추출할 수 없다"면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당시 표본 찬반 비율 반영에 대한 비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재검토위와 월성원전 지역실행기구는 지난 4월부터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 여부에 대해 의견 수렴하고 지난달 24일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증설 추진계획'을 보고하고,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을 최종 결정했다. 이후 한수원에서 공작물 축조신고 등 남은 행정절차를 이어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공론조사를 문제 삼고 있는 셈이다.
한수원은 이달 중 월성 원전 맥스터를 착공하지 못하면 사용후핵연료가 포화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월성 원전 맥스터는 지난 2분기 기준 저장용량 33만다발 중 32만2200다발을 수용했다. 포화율이 97.6%에 달한다. 월성 원전 맥스터는 2022년 3월 포화될 전망이다. 한수원 맥스터 증설 공사기간 19개월을 감안하면, 이달 안에는 증설에 착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이 진척되지 못하면서 다른 원전 소재지 임시저장시설 건립도 차질을 빚고 있다. 재검토위는 지난 5월 부산 기장군과 경북 울진군에서 통보한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건립을 위한 지역실행기구 구성안을 아직 의결하지 않았다.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이 정치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갈등이 커진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검토위 관계자는 “부산 기장군과 경북 울진군 지역실행기구 구성은 월성 원전 맥스터 증설이 마무리가 되면 하기로 했다”면서 “경주 지역에서는 공론조사 과정을 끝냈는데,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 지역실행기구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공론조사 표본·방법 등 문제제기
-
변상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