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2학년생을 키우는 워킹맘 A씨는 26일 2학기 수업이 전면 원격수업으로 전환됐지만 전혀 걱정이 없다. 이 학교에서는 1학기 내내 대면 수업에 상응하는 수준의 실시간 양방향 수업이 진행됐다. 학생간 조 모임 또한 온라인으로 활발하게 운영됐다. 27일 A씨 자녀 반에서는 온라인 장기자랑이 이뤄진다. A씨 자녀는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피아노 연주를 들려줄 계획이다. A씨는 “온라인 수업으로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1학기 수업을 통해 알았다”면서 초등학교를 잘 선택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울 국공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자녀를 둔 워킹맘 B씨. 전면 원격수업이 시작됐기에 1학기 원격 수업보다 나아졌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1학기 수업과 비교해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었다. 아이는 오늘도 여전히 교사가 녹화한 영상을 봤다. 원격 수업이 끝난 뒤에는 수많은 과제가 쏟아졌다. B씨는 회사를 마친 뒤 집에 가서 아이 숙제를 봐줘야 한다. 당분간 퇴근 후에도 제대로 쉬긴 어려울 듯하다. B씨는 선생님이 실시간으로 수업하고 학생이 질문하면 부족한 부분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양방향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수도권 전면 원격수업 전환 첫날. 1학기 동안 온라인 수업이 진행된 덕분에 끊김 현상 등 인프라 측면에서 큰 혼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학교·교사 별 정보기술(IT) 수준 격차에 따른 학력 차이는 여전했다. 사립 등 일부 학교는 실시간 양방향 수업을 했지만 대부분 학교는 교사가 녹화한 영상을 보여주고 과제를 내주는 식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맞벌이 부모의 고민은 더 크다. 상당수 맞벌이 부부는 1학기에 연차와 돌봄휴가까지 써버려 추가로 휴가를 내는 것도 어렵다. 원격수업에 대한 세부 관리가 가능한 부모와 그렇지 않은 부모를 둔 자녀의 학업 격차가 발생한다. 사교육이나 부모에 의한 관리가 가능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과의 격차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 동작구에서 초등학생 자녀 둘을 키우는 학부모 C씨는 “1학기 때 아이들이 원격수업 진도를 잘 따라가지 못했다. 맞벌이 부부여서 아이 수업을 일일이 챙겨줄 수 없어서 고민하다가 최근 원격수업 진도를 관리해주는 개인 과외 선생님을 구했다”고 말했다.
원격수업 양극화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온라인 교수학습 모델 발굴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온라인 수업 모델을 고민해 마련하고, 효과가 입증된 수업은 학교 전반에 보급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호건 청주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해 원격수업은 대면 수업 대체용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처했다”면서 “정부가 교사들이 다양한 온라인 교수학습 모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면 학습 위주였던 교수학습법에 대한 전반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