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업계가 '코발트 리스(Cobalt less)'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가의 코발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코발트 제로' 시대로의 전환 이전에 코발트 함량을 점차 줄여나가는 움직임이다. SK이노베이션, LG화학, 삼성SDI는 내년 코발트 함량을 대폭 낮춘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배터리를 공개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국내 양극재 업체 에코프로비엠은 연내 완료를 목표로 NCM 계열의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개발 중인 배터리는 니켈 함량을 88%로 올린 제품이다. 기존 NCM811 배터리(니켈 80%·코발트 10%·망간 10%)보다 니켈 비중을 8% 높였다. 세부적으로 니켈 88%, 코발트 6%, 망간 6% 조성의 차세대 배터리다. 니켈 함량을 높여 전기차 주행거리를 500~600㎞로 늘리고, 코발트 비중을 줄여 제조 단가를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에코프로비엠의 '농도 구배형 양극재' 기술에 분리막 재료를 더해 안정성을 강화했다. 에코프로비엠의 농도 구배형 양극재는 니켈 비중을 높이면서 화학적 불안정성을 잡고 전력 용량도 유지하는 기술이다. 그 결과 성능과 열 안정성에 수명 특성까지 한층 향상됐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NCM 배터리를 중심으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배터리 시장에서 가격이 높고 노동 착취 논란이 일고 있는 코발트 사용량을 줄인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시장의 흐름이 되고 있다.
LG화학은 NCM 배터리에 알루미늄을 첨가한 사원계 배터리(NCMA) 개발을 진행 중이다. NCMA 배터리는 코발트 비중을 5%로 줄이고, 니켈 함량 90%까지 늘린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배터리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해 내년 양산할 계획이다. 미국 최대 자동차 업체인 GM의 전기픽업트럭에 최초로 탑재될 예정이다. LG화학은 국내 청주·익산 공장에서 NCMA 양극재 개발을 위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NCMA 배터리 주행거리는 600㎞ 이상으로, LG화학은 NCM과 NCMA 제품을 앞세워 시장 경쟁에 나선다.
삼성SDI는 내년 니켈 함량을 88%로 높인 삼원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NCA는 코발트 사용량을 줄이면서 망간 대신 알루미늄을 넣어 안정성을 강화했다. 이 제품은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 가운데 가장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면서 니켈 함량을 높여 전기차 탑재율을 높이고 있다. 삼성SDI는 BMW 등 글로벌 고객사를 중심으로 배터리 탑재 비율을 늘릴 계획이다.
선양국 한양대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전기차 배터리가 완전한 '코발트 제로' 시대로 가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며 “배터리 업체들이 점진적으로 코발트 함량을 줄이는 제품군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